올해 포도밭 농활을 이곳으로
농촌에선 초짜 농군을 부리는 요령이 있는 듯
해가 한참 남아있어도
노련한 농부는
"오늘은 그만하시지요"
월류봉은 말 그대로
만월이 머무르다 구비구비 봉우리를 넘는 곳
유월초 모내기가 한창이던
무논에 머리에 해를 이고 있는 월류봉이
포도넝쿨을 감싼 온실과 함께
거꾸로 처박혔다.
포도넝쿨 끝순 따기와
곁가지 치기를
온종일 하늘을 쳐다보며
이 고랑 저 고랑 왔다가 갔다가
허리 고장은 뻣뻣하게 굳어져서
한동안 굴신 불가
겨우겨우 논두렁길 걷다가
반사되어 처박힌 산 그림자를 보고
상쇄하는 몸의 처량함
내님은 가서 오지를 않고
귀의처 또한 마땅치 않고
해는 넘어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