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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

jaye syo 2016. 7. 26. 00:00

빤스만 걸치고 가만히 앉아있어도 저절로 땀이 흐른다.

92세라는 신촌 할머니는 속이 비치는 옷을 입고 있다가 외간남자의 갑작스런 출현으로 깜짝 놀라시며 몸을 가린다.

예전에 우리 엄마는 얼마나 더웠으면 누가 보거나 말거나 웃통을 훌훌 벗어던지고

젓통을 다내놓고 대청마루에서 부채질을 하셨다고 하였더니 할머니는 웃으신다.


한가람미술관에서 로이터사진전을 한다기에 정말 꼼짝하기싫은 무더위를 무릅쓰고

서예박물관의 책거리 문자도 전시회도 볼겸 만화맹자를 한권 옆에 끼고 집을 나섰다.

전철의 냉방은 추위를 느낄 정도이고(최고의 피서)

자리에 앉자마자 만화맹자를 펼쳐 양혜왕과 맹자의 경세토론과

제선왕과 맹자의 왕도 실천 가능성에 대한 심도깊은 대화를 되새기며 디테일한 만화그림을 음미하였다.


갈아탄 마을버스는 예술의 전당앞 맞은편에 정차하고,

저 근처에 돈가스를 잘하는 집이 있었는데?

두리번 거리며 찾았지만 엉뚱한 양식집에 들어서게 됐다.

제법 맛은 그럴듯 하네?


밖에 나서기만 하면 짬통이다.

서둘러 사진전부터 표를 사고,

수백장의 선별전시된 사진을 긴줄을 따라 천천히 감상하였다.

이러한 전시는 반드시 되짚어 다시 보는데 오늘은 한번으로 만족하고 도록만 한권 챙겨 서예박물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사진전에서는 인간의 끔찍한 면만을 본 것 같아 기분이 가라앉았으나

서예박물관의 문자도와 책거리전에서는 우리민족의 핏줄에 면면이 이어지는 예능의 우수성과 깊이를 실감하였다.

정조는 특별히 뽑은 화원에게 책거리를 그리게 하고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않으면

그것을 그린 화원에게 벌을 주어 귀양까지 보낼 정도로 책거리에 대한 관심이 실로 대단했다고 한다.

조선인의 품격을 한층 높였다고 할까?

책거리에 그려진 진귀한 장식품들이 눈길을 끈다.

조선의 선비문화에서 저 소중하게 진열된 책들은 가보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고 있음을 알겠다. 


백문이 불여일견

서예박물관 책거리 문자도 꼭 관람하시기 바란다.


피서는 덤으로 한 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