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스모그로 뒤덮였다
메가박스 센트럴에서 오전 11시 르누아르를 감상하려고 전철에서 읽을 책한권을 끼고 7호선역으로 향한다
매케한 공기층인데도 불구하고 배낭에 스틱을 든 사람들로 역은 붐빈다
오늘의 일정을 간단하게 짜본다
르누아르를 보고 오페라를 한편 감상한다면 더 없는 날이 되겠다싶어 호기롭게 나섰으나
영화의 무게에 눌려 오페라감상은 접고 말았다
예쁘고 젊은 여성이 누드모델이 되기위해 장원의 대 저택에 기거하며 그림을 그리고 있는 노년의 르누아르를 찾아온다
젊어서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는 일로 시작된 화가의 길
평생 인간의 행복을 그리는 일에 매달려 여인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는다
말년에 찾아온 "데데"는 손발이 오그라들며 통증에 시달리는 르누아르의 영혼에 새로운 영감을 주고
전쟁터에서 부상을 당해 장기요양휴가를 나온 둘째 아들 "장"과는 은밀한 사랑을 나눈다
남성들의 성취는 오로지 여성의 아름다움을 통해서만 그 동기를 부여받는다고 해야하나?
영화속의 르누아르 부자의 성취는 당연히 그렇다고 긍정하는 것 같다
영화를 같이 보겠다던 친구는 급한 일이 생겼다며 혼자서 보란다
티켓을 사며 스크린과 멀리 떨어진 뒷좌석 덩그러니 남아있는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신세계에서 "피지"물 한병을 사들고 텅 비어있는 영화관에 들어가 지정좌석에 앉는다
조금후에 옆자리에 예쁜 아가씨가 목례의 인사를 하며 앉는다
르누아르의 영화는 영상이 온통 그림이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풍경이 전체의 배경을 이루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