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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트라비아타

jaye syo 2013. 8. 11. 23:24

 

조금 이른 시간이라서 관람객이 뜸합니다

 

조금있으면 이 공간이 북적겠이지요?

  

엄청난 보물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의리가 사라진 요즘의 가벼운 사람들의 멀어진 사랑을 보는 것 같아요

 

60세가 넘어 과거에 급제하였다고 하더군요

 

공부만하면 나쁜 사주가 좋은 사주로 바뀐다고 강변하던 오교수의 말이 겹칩니다

강세황의 삶이 그러하지 않았을까 짐작해 봅니다

 

 

- 경로우대 받으실 분은 없으신가요?

- 서울극장에서는 반값으로 해주던데요

- 그러시면 우대권으로 만오천원입니다

 

어제 저녁을 좀 과하게 먹어서인지 열대야에 설친 잠 때문인지 이른 아침 냉수 한컵 들이키고 집을 나섰지요

일단 박물관에서 강세황전시를 다시 보고 불교회화실의 신중神衆 특별전을 살폈습니다

친구는 부평에서 길을 떠나 박물관에서 만나기로 약정하였기에 막간의 시간을 어슬렁 때우고 있었어요

드디어 도착하였다고 전화가 울립니다

 

이슬람의 보물전을 속으로 감탄을 연발하면서 보았습니다

 

부랴부랴 메가박스 센트럴을 향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오후 4시 라 트라비아타를 보기 위해서지요

번호표를 뽑고 순번을 기다려 티켓박스에 섰습니다

아침 점심을 쫄쫄이 굶고 박물관에서 이미 기진하였던 터라 아마도 팍삭 맛이간듯 하였나 봅니다

매표직원은 "경로우대를 받으실 나이가 아닌가요?"라는 굴절된 표현이 "경로우대 받으실 분 없느냐"는 물음으로 내게 오는군요

양심에 약간 켕겨 우회적으로 서울극장을 핑게 댔지요

"또 한분은 해당이 안되나요?"

"아 예 저만 그래요"

"그럼 두분 사만오천원 결제해 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도둑놈 제발 저리다는 말이 딱 맞습니다

친구에게 이야기 하였더니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며 "두사람 다 해당된다고 하지 에구 이 바보" 그럽니다

있지도 않은 경로우대증을 보여달랄까봐 쫄았나봐 하며 웃었지요

 

신세계백화점 10층에 올라가 늦은 점심을 느긋하게 먹고

드디어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를 관람합니다

 

베르디 탄생 200주년 기념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 실황

 

에르몬넬라 야호

프란체스코 데무로

블라디미르 스토야노브

 

이 작품은 비올레타의 비극적인 삶을 알프레도와의 사랑으로 엮어 인간의 제문제를 숭고함으로 승화시킨 수작중의 수작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지상최대의 야외 오페라하우스인 아데나 디 베로나에서 화려하게 펼쳐지는 정통 이탈리아 오페라를 극장의 스크린을 통해 감상한다는 것은

우리 서민의 입장에선 축복이라 아니 할 수 없습니다

하두 오랜만의 공연관람이라서 저 수준높은 가수들의 노래가 괜히 겉도는 느낌이랄까 정감이 좀 부족하달까 하여튼 약간의 불편함이 있네요

아 시간이 지날수록 빠져듭니다

사교계를 주름잡는 비올레타에게 미남 청년 알프레도가 접근하여 사랑을 고백합니다

이미 남자라면 산전수전 다 겪은 비올레타는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지요

그러나 알프레도의 진정을 마음으로 느낀 비올레타는 알프레도와 사랑의 도피를 실행에 옮기지요

이들의 도피생활은 일생일대의 달콤함이었습니다

도피비용이 문제가 되어 알프레도는 아버지를 찾아가지만 아버지는 비올레타를 찾아와 아들과 헤어질 것을 종용합니다

"나의 가족을 위해 네가 희생해다오"이처럼 비정한 아버지가 또 있을까?

비올레타는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의 제안을 수락하고 알프레도를 두고 떠나지요

이러한 사실을 눈치채지 못해 화가 난 알프레도는 복수를 결심합니다

그러나 결국 두사람은 그들만의 숭고한 사랑을 알아채고 화해의 순간을 맞이하지만

알프레도 아버지 제르몽의 회한과 함께 병에 시달리던 비올레타의 죽음을 지켜보아야만 하는 가슴아픈 결말이지요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열연을 펼칩니다

무대는 또 새로운 신선함으로 가득합니다

이들의 노래는 온 몸과 마음이 후련해지는 환희를 선사하더군요

음악을 사랑하시는 분들께 꼭 한번 관람을 권합니다

사랑은 고귀합니다

당신과 나의 최대의 가치입니다

그대와 나의 지고한 완성입니다

너와 나의 고독한 삶에서의 더 할 수 없는 행복입니다

모든 원한이 눈 녹듯 사라지는 용서입니다

그리고 포옹입니다

사랑합니다

알프레도와 비올레타의 순결한 사랑과 희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