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초현실주의라는 것이 내게는 썩 정감이 가는 그러한 장르는 아니다
천진한 아이들의 장난끼가 드러난 듯한 형태소 때문만도 아니고
기괴한 상상력의 발로만도 아닌데 시각적인 어지러움이 은근히 있어
어떤 때는 봐주기가 좀 유치하기 때문이리라
아마 취향 탓도 있겠지
이미 나의 감관에 고전 전통의 미감이 도배질 되어있어서인가
어줍잖은 그림은 좀 소홀히 여기는 버릇이 생겼다
음향기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감상할때와
콘서트홀에서 감상하는 음악의 격이 다르듯
마그리트의 미술세계 역시 매체를 통해 슬쩍 곁눈질하는 것과
실재 전시작품을 감상하는 것과의 차이는 너무 크다
초현실이라지만 마그리트의 그림은 친숙한 느낌을 준다
언젠가 한번쯤은 현실로 본 것 같은 풍경이나 사물을 그림의 소재로 했기 때문이다
"그림을 그리는데 가장 쉬운 것이 무엇이오?"
"귀신이나 도깨비이지요"
"그렇다면 가장 어려운 것은 무엇이오?"
"말이나 개 고양이 같은 것이지요"
"연유가 무엇이오?"
"귀신이나 도깨비는 본사람이 없어 아무렇게나 그려도 누가 시비를 걸지않지요
하지만 말이나 개 고양이는 사람이 흔히 보는 것으로 조금만 소홀히 해도
잘 그렸네 못 그렸네 당장에 시비가 일어납니다 그래서 어렵지요"
마그리트가 이러한 동양의 이야기를 알고 있었을까?
그는 상상만으로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를 싫어했다
눈으로 보이는 것만을 그리겠다고 선언하고 실천한 것 같다
그리고 그의 그림은 어른 보다는 아이들이 더 쉽게 이해한다고 설명을 한다
"경마장에 가보셨어요?"
"..........?"
" 경마장은 한번 가봐야 합니다 꼭 가보세요"
"..........?"
"인생의 모든 것이 있어요 하루에 한 십만명 정도가 온다고 해요
이 사람들이 튀어나오는 말에 온통 집중이 되어있는데 그 열기가 대단합니다
5층에 앉아서 구경을 하는데 함성에다가 담배연기가 한꺼번에 올라옵디다
십만명 중에 다 피우지는 않아도 6만명은 담배를 피우나봐요
아니 9만명정도는 피우는 것 같아요
그 연기가 함성과 함께 그냥 윗층으로 올라와서 숨이 탁 막힙디다
생각해 보세요 9만명이 한꺼번에 뿜어대는 담배연기를요"
고향이 대전이라는 관장님의 말씀에 웃지않을 수 없었지요
역시 충청도 사람들의 유머는 수준급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문화에 대한 관심이 생각보다 큽니다
주말에 아이들을 데리고 미술관에 오는 가족이 줄을서요
일인당 입장료가 만원이고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인데도 줄을 설 정도면 놀랍지않아요?
마그리트는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삼성출판박물관 김회장님이후 이렇게 소탈하신 분을 처음 만나는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