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피리

jaye syo 2007. 4. 7. 00:49

미쳤나보다

해마다 되풀이 되지마는

올봄의 목련은 유난을 떤다

덩달아 몸살을 앓는다

 

도봉산역 목련은 반쪽이 먼저 피고 나머지 반은 조금 늦게 핀다

마로니에공원 방통대 목련은 육탐스럽게 만개했다

연대의 목련은 온통 된서리다 함박눈이다

윗집 자목련은 홍학의 부리처럼 봉우리를 뒤틀며 안달을 한다

북극의 눈빛이 저럴꺼나?

 

50년 외길 피리소리

가산 정재국의 예술세계

2007년 4월 5일 목요일 오후 7시 30분

국립국악당 예악당

 

사람의 목소리를 닮아서일까?

저 작은 대롱에서 뿜어져 나오는 부드러운 듯 날카로운 소리가 심금을 울려요

 

"명금일하 대취타"로 시작되는 대취타는 우람한 조선의 행진곡이라 할 것이고

당당하고 여유있는 우리의 옛 정서를 엿볼 수 있는 명곡이지요

 

상령산을 독주로 연주하는 정재국명인의 진면목은 여기에서 드러납니다

쉬울 것 같은 옛가락이 어려운 점은 조그마한 실수를 용납할 수 없음이지요

새로운 곡조야 이미 들어본 사람이 드물 것이고

흔하게 연주가 되는 명곡은 웬만한 귀명창이라면 가락의 구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기교며 박자며 조금만 삐꺽하면 대번에 핀잔을 날립니다

국악을 하는 쟁이들의 세계에서 피리는 40이 환갑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입으로 쌩으로 불어 연주하는 피리는 그 만큼 힘이드는 탓에

체력이 조금만 떨어져도 맥빠지는 소리로 돌변하기 때문일거예요

정재국명인의 나이 65세인데 현역으로 건재하다는 것이 여간 자랑이 아닙니다

 

젊은 제자들의 합주가 또한 뛰어납니다

타령 군악

장춘불로지곡

정재국류 피리산조

피리협주곡 자진한입

처용놀이

가산을 위한 피리협주곡

어느 것 하나 놓치기 아까운 연주였지요

특히 이상규작곡의 피리협주곡 "자진한입"의 연주는 긴 여운을 남깁니다

백대웅작곡의 피리협주곡과 묘한 대조를 이루는데

이를테면 백대웅의 곡은 신바람을 억지로 일으키려는 어색함이 배어있어 깝족댄다면

이상규곡은 평온한 느릿함이 정악의 정서랄까? 서정의 느낌이 깊어요

정재국명인의 협연은 당연히 돗보이지요

 

피리의 매력에 푹 빠지는 날이였습니다

 

황병기선생의 말씀이 참 적절합니다

"우리음식하면 김치를 떠올리듯 우리음악하면 단연 피리이지요

 가야금 거문고등등 우리음악이 많지만 웬지 중국이나 일본의 비슷한 악기 때문에

 선듯 와닿지를 않아요 하지만 피리는 확연하게 구분이 됩니다

 정재국명인의 업적은 그래서 길이빛날 것입니다"

 

 

지난봄 흐르러졌던 살구꽃은 올봄 달랑 저것만 피었습니다

 

오랜만에 섭지코지에 갔지요

"제주도에서 고기용으로 사육하는 말고기인데 오늘 올라왔습니다

 횟감으로 상당히 좋은 것인데 한번 드셔보시겠습니까?"

생전 처음 말고기회를 먹어봤지요

역시 섭지코지의 음식은 변함이없군요

자연산 복회에 연어 돔 등등

전복탕 고등어 갑각새우 갈치조림 풍성합니다

헛했는데 모처럼 뿌듯하게 저녁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