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래전에 어떤 잡지에서 본 것 같은 기억입니다
그때만 해도 사과를 궤짝으로 들여놓고 먹는 가정이 드문 시절이었는데
부자집 가정주부의 기고였던 것 같아요
썩은 사과에 대한 단상을 담담하게 펼쳐 놓았지요
아껴 먹는다는 의식이 뼈속깊이 새겨있던 가난의 풍조를 은연중 노출시키는
작은 사치의 과시라고나 할까?
- 사과 한상자를 선물 받았다
아껴두고 먹으려는 요량으로 갈무리하였는데
한두개씩 반점이 생기며 변질되어 간다
변하는 것부터 얼른 먹기 시작하였는데
사과 한상자를 다 먹을 때까지 썩은 사과만 먹은 꼴이되고 말았다
낙산공원 팔각정
깊어진 밤에 올라
알싸한 바람 맞으며
미성을 자랑하는 친구의 음성으로
사랑의 묘약에 나오는 아리아 남 몰래 흘리는 눈물을 들어요
가냘픈 마음의 동요가 일어납니다
네모리노와 아데나는 한 동네에서 스스럼없이 지내며 성장하였지요
성장통은 사춘기로부터 시작하는가 봅니다
네모리노는 어느 순간 아데나의 발랄한 모습에 숨이 턱 막혀 자신도 모르게 당황하지요
아데나는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앞에서 쩔쩔매는 네모리노를
천진한 모습으로 톡 쏘아주며 놀려먹습니다
그럴수록 네모리노의 가슴은 점점 조려오지요
설상가상 이 마을에 늠름한 청년장교가 등장하여 한눈에 반한 아릿다운 아데나를 유혹합니다
네모리노는 아데나에게 사랑의 고백을 하려하지만 번번히 실패하고
자신의 무능과 옹졸을 한탄하며 매몰찬 아데나를 야속타 여기지요
이마을 저마을을 전전하며 엉터리약을 파는 집시약장수가 의례 만병통치약(?)을 팔러옵니다
떠돌이 약장수의 입심은 예로부터 정평이 나 있습니다
네모리노의 사랑의 묘약은 없느냐는 말에 돌팔이 약장수 돌카바는
한목잡을 요량에 비싼값을 제시하지만 네모리노의 심중은 오직
아데나에게 용기를 내어 사랑의 고백을 하는 것에 집중
전재산을 털어 사랑의 묘약을 구입합니다
영악한 돌카바
포도주 한병을 내주며 네모리노에게 조건을 붙이지요
이 약의 효능은 24시간의 시효가 있어 그 시간이 지나면 약효가 소멸된다고
그 흔한 포도주를 모르고 있을만큼 가난하게 생활을 했나봐요
네모리노는 포도주를 사랑의 묘약이라고 한병을 다 마십니다
좋은 술에 은근히 취해보세요
세상이 온통 내 것이 되어 버리지요
황홀한 취기에 아데나를 찾아가 큰소리로 너를 내아내로 맞이하련다 사랑하는 아데나여!
말없이 수줍어하며 내게 사랑의 눈길을 보내던 네모리노의 갑작스런 변화에
오히려 아데나가 놀라고 당황합니다
취기가 잦아든 네모리노의 입장은 다시 주눅이 들어버리지요
돌카바에게 또 다시 부탁하는 군요
네모리노의 큰아버지가 유산을 남기고 죽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 유산이 네모리노에게 남겨졌다는걸 알고는 그에게 관심을 보이지요
특히 마을처녀들의 환심작전에 아무것도 모르는 네모리노는
아데나의 무관심에 대한 보상을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아가씨들에 둘러쌓인 네모리노를 아데나는 먼 발치에서 몰래 보며 눈물을 흘려요
그런 아데나를 발견한 네모리노
아! 나의 아데나!
나의 사랑하는 아데나!
저 사랑하는 아데나가 나를 사랑하고 있구나!
말할 수 없는 기쁨이 솟구쳐 노래를 부르지요
뛸듯이 기쁜 마음의 표현이 녹아있는 노래일진데 이 노래를 들으면 가슴이 울컹 메입니다
도니제티와 벨리니의 특색에 공통점을 보이는 면이 아마도 짙은 서정성일 것입니다
노래마다 아름다운 기교가 가득하지요
정말 잘 부르지않으면 시시하게 들리기도 하니까요
이 친구 오늘따라 도밍고 못지않게 불러제끼는 군요
아름다운 그대의 모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