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이 살짝 바뀐 시원한 바람도 아니고
들녁 하늘 높이 떠 오른 종다리도 아니야
도심 아낙의 화사한 옷차림도
가로수의 몸통이 푸르스름 물드는 저것도 아니지
재촉하는 비바람도
백화점 쇼윈도우의 이른 변화도
습기 머금은 따스한 햇살도
그늘의 잔설이 질컥이며 버티는 그것도
아무것도 아니야
봄의 시작은
싱그러운 앳띤 소녀들의 시끄런 수다에서야
꺅~ 소리가 소음공해의 수준에 달하는 데도
웃고 떠드는 소리가 골목을 찌르릉 점령했는 데도
시끄럽다 전혀 거슬림이 없어
저 아이들이 봄을 부르고 있는 거야
발칙하게시리 가랭이 쩍 벌리고 흔들의자에 앉아설랑
허연 속살을 다 내보이며
어서 어서 오라고 온몸으로 봄을 부르는 게야
참 반응이 빨라
당장에 비부터 내리잖아
정미소 마당 한껸에 기다란 흔들의자가 놓여있어요
통통한 여자아이들 셋이 나란히 앉아 웃고 떠들며 의자를 흔들어요
언제부터인가 몸의 노출은 부끄러움이 아니예요
민망합니다
생기발랄한 아이들
봄은 이들에게 바람부터 불어넣습니다
지나간 첫사랑 매 가슴에 남았건만 ......
그대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