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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jaye syo 2007. 2. 23. 00:09

무진기행의 아름다운 영상이 스치웁니다

방화대교에 진입하기가 무섭게 시야 제로가 되더군요

시간을 딱 맞추어야 하는데 난데없는 안개 때문에 일이 어긋났습니다

손님맞이는 언제나 분주하지마는 멀쩡한 서울하늘 믿고 있다가

큰 실례를 범하는 낭패를 당한 꼴이지요

불과 5미터의 가시거리에도 불구하고 공항버스의 질주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속도로 아찔한데

구세주를 만난 느낌이랄까?

따라가 보자 작심하고 달려봅니다

시속 100킬로가 넘습니다

영종도대교의 난간조차 보이지않아요

어지러울 지경에 이르러 속도를 줄이자 요금소에 접근해 있더군요

겁없이 달리는 버스 덕에 시간을 겨우 맞춰 손님을 영접하여 모시고

다시 안개터널을 뚫고 되돌아 옵니다

방화대교를 지나 자유로에 들어서며 안개로부터 놓여났습니다

 

새벽 3시 30분에 출근을 합니다

5시쯤 공포스런 안개를 만났지요

 

구름속의 풍경이 펼쳐졌지요

가로등이 반딧불처럼 변할때도 있네요

하늘도 아니고 땅도 아닌

매달려 있는 선위를 앞뒤좌우 분간없이

점선차선 사이를 쏜살같이 지나요

모든 것이 흐리멍한 꿈속을 헤메다 헤메다 깬 느낌이랄까

안개는 묘한 희열을 안기는 군요

 

대학로에는 요상한 나무가 생겨났어요

앙상한 겨울에 온통 노란잎으로 뒤덮혀 팔자에 없는 몸살을 앓고 있지요

전엔 한그루였다가 옆으로 옮겨 쌍으로 노란 천쪼가리를 가지가지 매단거지요

상술에 능한 인간들의 심술을 어쩝니까요

보기에 따라서는 그런데로 봐줄만 하다가도

도가 넘친 거만과 이기가 바람에 펄럭여 꼴 사납다는 느낌도 일어요

참 가볍습니다

지나다가 들여다봤더니

노란쪼가리에 벼라별 낙서가 다 쓰여있어요

 

- 왔다 간다

- 영심아 사랑해

- ****년 *월 **일 순이랑 감동 엄청먹고 사랑도 깊어지고

- 노란색이 참 좋아요

- ........

- ........

 

저렇게 써서 하늘에 매달면 소원이 이뤄진다나?

가볍지요

새벽부터 안개에 시달려 하루가 뿌옇게 바랬는데(낮에 황사도 약간 낌)

수십년묵은 큼지막한 가로수 노란색으로 덮여 나부껴

지나는 걸음이 붕 떴지요

 

저 많은 인파에 그대의 뒷모습이 있어요

 

도봉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