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인가 태안엘 갔었지요
박속낙지가 유명하답니다
저녁무렵쯤에나 출발하는 것으로 잠정 결정을 하였으나
초행에 어두워지면 길찾기가 난감하여 점심을 먹고는
바로 성산대교를 건너 서해안 고속도로에 진입하자마자
우리를 친절하게 불러준 일행에게 출발했다고 전화로 통기합니다
이런 알고보니 제일 먼저 길을 나섰더군요
꾸지나무골 해수욕장이라는 팻말을 지나 좁은 길로 들어서니 바다입니다
뭔 싸늘한 바람이 그리 불어대는지
옷깃을 바짝 세우고 움추려 고운 모래해변을 밟아보아요
서해안의 파도도 만만치않군요
물빛이 탁합니다
바위가 드러난 둔덕쪽으로 바람을 피해 옮겨가며 썰물에 드러난 생굴을
작은 돌맹이로 톡톡쳐 맛을 봅니다
바닷물이 다듬어놓은 바윗덩이들을 살피며 태고의 원질이
대관절 무엇이었기에 켜켜이 쌓였다가
구겨지고 쪼개지고 구멍이 숭숭났더란 말이냐? 의문이 일어요
한참을 서성이는데 전화가 와서 태안읍내로 다시 오라는 전갈입니다
그래 읍내에서 저녁이나 먹고 곧 바로 가자
작정이야 잘 하지요
게장에 낙지에 실컷 먹었지요
늦게 출발한 사람들이 하나 둘 도착하면서 마음이 또 바뀝니다
kbs관현악단에서 섹스폰을 30년 불었다는 분
사회부 팀장이라는 사람
왕년에 미스터 코리아였다는 우람하고 건장한 사람
동대문상권을 꽉 잡았다는 사람
인천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한다는 사람 등등.....
세상은 넓기도 하지만 참 좁아요
오래전에 카나다로 이민을 간 처남의 처남이 우연한 기회에 저녁을 같이 먹으니 말입니다
실은 나도 잘 모르는 확인이 안된 인물인데 물어 봤지요
카나다에 이민을 간 **가 있는데 혹시.....
아니 제 자형인데 어떻게 아세요?
내게는 처남이 되는데....
주위의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주시하고는 어떻게 되는 사이냐고 물어요
그는 누나의 남편의 누나의 남편이라고 설명합니다
나는 내 마누라의 남동생의 마누라의 남동생이라고 말했지요
여태 모르다가 이자리에서 확인이 된단말야?
웃기는 일입니다
섹스폰의 연주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가 현격합니다
데니보이며 동백아가씨며 줄줄이 나오는데 그 음색이 너무도 감미로워요
나팔을 오랫동안 불면 아랫배가 나오고 엉덩이가 오리처럼 되는가 봅니다
관현악단 30년의 관록이 보통의 내공이 아니로군요
맛 가리비 대합 낙지 등등을 구워 상에 올려요
강원도에서 구해 왔다는 밀주가 돌려지고요
관악기가 과연 강열하긴 합니다
12시가 넘도록 나팔소리에 휘감겨 전율을 하고 먹고 마시고....
냅다 달려서 서울에 도착한 시각이 새벽 3시입니다
시골의 공기는 청명하던데......
그대가 오신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