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데이트

jaye syo 2006. 12. 26. 23:38

아기다리고기다리던데이트

띄어쓰기를 배울때 들었던 문장입니다

내 가장 사랑하는 마누라(?)랑 커다란 호수를

다정하게 손잡고 석양무렵에 한바퀴 돌았습니다

 

애완견 너덧마리를 끌고 나온 가족도 있고

젊은 연인이 있는가하면

노부부도 산책을 즐기고

어색하게 손 맞잡은 저 커플은 아무래도 수상한 일면이 풍기고

중년의 남녀가 손을 잡고 다니면 불륜의 관계로 본다며

마누라의 치기어린 표정에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호수 중간으로 해가 떨어졌어요

손을 잡아요

추운겨울에 미열이나마 온기를 주고 받는다는 의미는

시각적인 어색함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남을 의식한다는 것이 문제이지요

한적하게 오붓이 둘이되었을때 꼭 잡았던 손이 두런두런 사람들의 시선에 

슬그머니 풀리기도 하였으니 말입니다

낚시도 드리웠군요

비수기에 수위가 쑥 내려간 까닭은 가뭄을 탓해야겠지요

아무튼 오랜만에 긴 산책을 합니다

 

시간을 쪼개서라도 서로에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부부의 잔정이 식을까만.......

주변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무심하기만 합니다

실은 내가 그짝입지요

붉은 해가 구름층 사이에 띠를 두르며

묽은 늪에 빠지듯 침잠하는데 왜 아름다운 장관이라 여겨지는지

호수에 벌겋게 빠져 허우적대는 그림자의 황홀한 색감이

예쁜 마누라와의 산책에

몸 가볍도록 마음의 무게를 덜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