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걸개그림에 가라운 광화문앞
신호대기중
검은색 모쏘 운전석창으로
압사라의 현란한 팔뚝이 쑥 나온다
관음보살 가느다란 손가락사이에
하얀 권련이 재를 떨구고
춤추듯 쏙 들어갔다가 다시 재를 달고 나와서는
속도 느린 손가락에 똑똑 얻어맞고
백밀러에 비친 얼굴 환한 통통한 그녀는
어색한 담배 다 피우고
아름다운 춤 멈추더니
이세상에 가장 큰 재털이인 지구에
꽁초 휙 던지고
무심히 달아난다
억지미소를 지으며 버려진 꽁초 줏어주고 싶다만
쌩 달려가는 관성이 애증의 화를 돋꾼다
-아름다운 여성은 담배를 피우지않습니다-
차량의 번호판을 그냥 훌터 봅니다
그 숫자들이 무수히 조합을 반복하고 스쳐지나고 어떤 것은 반쪽만 보입니다
왜 담배를 피우면 꽁초를 도로에 버릴까?
볼수록 얄밉습니다
그 얄미운 검은색 무쏘를 따라 이화동사거리까지 가며
상념의 교차를 심하게 격습니다
그 예쁜 손가락을 지닌 저 여성은 과연 아름다울까?
관능이 철철 넘치는 살색을 자랑하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