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꽃은
이른 봄부터 서두르지 않아요
냉이는 봄에 뿌려논 씨앗을
무더운 여름의 고비를 넘기고
바람이 선득해질 무렵 싹을 틔웠다가
뿌리를 겨울에 맡기고
해동과 더불어 꽃피우기를 채비하지요
마당에 덥수룩한 풀을 뽑어요
사이 사이 촘촘하게 떡잎을 펼쳐내는 새싹을 봅니다
가을을 장식할 나팔꽃이 그동안 무얼 망설였기에
이제사 빼꼼이 자라나기 시작해요
넝쿨 무성하게 큰놈도 있는데 말입니다
질경이는 이름 그대로 질긴놈입니다
좀체 뽑히지도 않는
독한 번식력의 소유자이지요
어떤놈은 길게 촉수를 뻗고는
그 마디마디에서 수염처럼 뿌리를 내려 새끼치기를 합니다
사방으로 멋대로 퍼져요
무서운 놈입니다
양평에 계시는 문선생님
모처럼 대학로에 납시어 점심이나 먹자 하십니다
풀에 졌다고 두손 들었다고
바쁜일에 잠시 손을 쉬었더니 난리가 아니라고
도시에서만 사시다가 시골을 동경하여
양평에 터잡은지 3년만에 고개를 설래설래 저어요
다음주 일요일엔 가서 좀 도와야겠습니다
도심의 작은 마당에도 저리 무성한데......
올 가을엔 어떤 꽃이 피려나....
마당에 흐드려진 상사화
저녀석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