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길녀

jaye syo 2006. 3. 2. 00:22

궁합이란 묘한 호기심을 이르킵니다

예쁘고 건장한 말 같은 느낌의 드문 미인이였지요

살짝 아래로 내려보는 듯한 눈초리에

그녀의 도도함이 숨겨져 내심 기분이 상하기도 하였지만

사춘기를 갖 넘긴 물정 모르는 애숭이쯤으로

비춰졌을 내모습이

생각해보면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않아

그 때도 그냥 웃어넘기며 스친 것 같아요

장가 일찍 보내려 안달하시던 엄마의 맞선 권유를

차마 거절 못하고 이핑계 저핑계 둘러대며 미루던 시기

옆집에 다니러 왔던 이리가 고향인 말만한 처자에 

우리엄마의 관심은 높아만 갔습니다

용띠 동갑이라....

옳다꾸나 청룡 황룡이 어우러짐이 예사롭지 않다

이 보다 더한 궁합이 있을쏘냐

지금도 황당하지만 그 때도 어이가 없을 정도였어요

어린나이에서부터 시달려서인지 장가에 관심이 뚝 떨어졌지요

심지어 군대가기전에 손자라도 하나 안겨주고 가라고 했으니까요

엄마눈에 든 이리 처자 길녀는

그야말로 하늘이 내린 며느리깜이였습니다

일년여를 두고 오며 가며 길녀와 마주치고 몇마디 주고 받고하다보니

그녀의 아름다움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어쩌겠어요

엄마의 바램은 불발탄이 되어버렸지요

 

제대하자마자 사귀는 여자가 있냐고 엄마가 물어요

있다고 했더니 대뜸 몇살이냐 되묻습니다

말띠래요

말띠? ........

용과 말이 합치면 용마가 아니냐 더 볼 것 없다 당장 데려오너라

우리엄마의 궁합보는 법이 이렇습니다

궁합이 좋아야지 궁합이 나쁘면 못산다 이게 엄마의 지론이니까요

하여튼 내가 데려온 며느리깜을 엄마가 더 좋아합니다

30년을 살아보니

엄마가 본 궁합이란게 무용지물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꼭 그런 것 만은 아닌 것 같은 생각도 들어요

그래서 궁합을 아리송하다고 여기나 봅니다

 

이제는 머리가 허옇게 변했을 길녀가

팔팔하던 옛모습 그대로 아주 가끔 떠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