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勿閑溪谷

jaye syo 2006. 8. 11. 01:52

지리산 횡단도로를 지나

야밤에 농월정 근처에서 저녁으로 백숙을 먹고는

정선생댁에서 하룻밤을 보냈지요

5일 아침 정선생댁을 나옵니다

갈림길에서 잠시 망설이다가

황간에 사시는 횃대님께서 물한계곡이 그렇게 좋다고

한여름이 그곳에선 시원한 가을이라고

발만 담그고 있어도 신선이라고,

그래 이때에나 가보지 언제 가보겠나 싶어

김천쪽 팻발을 보고 방향을 잡아요

 

어? 직지사?

에라 모르겠다 직지사도 가보자

샛길로 들어섭니다

시골풍경이 정말 정겨워요

" ㅇㅇㅇ 의정부 시의원 당선 "이라는

플랭카드가 내걸린 작은 마을을 지나 점점 산골로 들어서요

孔子洞이란 동내를 지나 긴 고개를 넘으니

바로 직지사로군요

화엄사 기념품가게에서 산 중국산 밀짚모자가

뜨거운 햇살을 가려줍니다

예전의 소박한 아름다움은 간곳이 없고

위압적인 새 건축물들이 빼곡하여 질리고 식상합니다

어느 절간을 가나 환경을 파괴하며 쓸데없이 건축물들을 세워요

서울 어느 절 주지 자리를 차지하려고

사과상자가 왔다 갔다 했다는 이야기는 은밀히 떠돈 일화지요

돈 지랄입니다

 

덥고 목마름에 절간 찻집을 들렀어요

"이게 뭐지요?"

"솔잎 발효찹니다"

솔잎차?

승가사 처사님이 석간수로 담가 즐겨드시는 그 ..... ?

"얼마지요?"

"만삼천원입니다"

"맛을 볼 수 있을까요?"

"예 그런데 술맛이 약간 납니다"

음 꿀을 넣어 발효를 했구나

"두병 주세요"

 

오후 4시경 물한계곡에 들어갑니다

한가함이 그지없어서인지(勿閑) 뭔 계곡이 그리 깊답니까?

황룡사 절간 앞까지 갔지요

3일 동안 입은 옷

땀을 흘리고 마르고를 수도 없이 반복했으니 

몰골이 어땠겠어요

밤을 기다렸습니다

절간 윗쪽으로는 사람들을 통제하여 못들어가게 하는데

야음을 틈 타 몰래 계곡의 바위를 더듬어

사람의 시야를 피해 상류로 올라가서

홀랑 벗어제끼고 찬물웅덩이에 풍덩

으아 ~ !

탄성이 절로나요

입고 있던 옷까지 싹 빨았지요

시원함에 취해 온몸으로 물맛을 만끽하는 중 어둠이 덮였습니다

한치 앞이 안보여요

난감함에 어쩔줄 몰라하다가

아! 전화기!

뚜껑을 여니 길이 보입니다

그 바람에 바테리가 다 달아서 횃대님과 통화도 못하고

추위에 떨며 밤을 지새우고는

이튿날 무주로 해서 막히는 고속도로를 뚫고 귀가하였지요

 

올 한해 피서는 단 한번으로 막음합니다

횃대님 고맙습니다 

 

절 마당 가운데 흐르는 물에 탁족을 하는 말 만한 아가씨들

난생 처음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