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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나들이

jaye syo 2006. 7. 31. 20:43

빗줄기가 그칠줄 모르고 이어집니다

29일 새벽 4시에 일어나 도봉산역에서 5시 10분 첫 전철을 탑니다

용산역에 6시 5분에 도착하는 군요

일행을 기다려 6시 35분 목포행 케이티엑스에 올라

빗속을 뚫고 한강 다리를 건너요

잠수교가 묻혔다더니 흙탕물이 교량 바로 아래 대해를 이뤄 넘실대구요

비를 담뿍 머금은 검은 구름이 줄기차게 따라 옵니다

목포에 거의 다달아 긴터널을 지나자

그림같은 푸른하늘이 흰구름 사이로 눈부시게 펼쳐져

무의식중에 설국의 첫장면이 스칩니다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나라였다"라 했던가요?

올여름 유난히도 긴 장마에 몸에 밴 눅눅함이 한 순간에 걷혀요

전기기차가 빠르긴 빠릅니다

세시간 십오분만에 천리길을 지나옵니다

고맙게도 해남군청에서 목포역까지 대형버스를 보내왔어요

10시에 해남을 향합니다

터트려야할 영산강하구언을 통과해서 신도로 구도로 번갈아 계곡면을 지나

옥천면 경계에서 잠시 차를 세우고 도보로 자그마한 야산을 올라요

이때부터 옷이 젖기 시작해 여러차례 젖고 마르고를 반복했습니다

햇볕이 얼마나 따갑던지.......

 

해남군청 마당에 수성송이라는 거대한 소나무의 전설을 듣고

근처 땅끝기와집이라는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었지요

오랜만에 살아있는 남도의 맛을 음미합니다

갈치젓 조개젓 토하젓이 일품이었고

잘 삭은 홍어삼합하며 깔끔한 삼계탕 갈비찜 .......

둘째라면 서운할 정도의 먹성에 새벽부터 쫄쫄이 굶은 터라 마구 땡깁니다 

 

녹우당 윤선도유적지를 둘러 봅니다

청정한 날씨에 녹우당의 자태는 더없이 푸근합니다

종손의 환대를 처음 격은 군청직원의 

"저렇게 후한 모습은 한번도 본적이 없는데,

저분이 얼마나 야박하고 짠사람인데 오늘은 별일이네?"

쓴소리에 웃음이 나오고.....

종가의 살림살이를 그나마 지키려면 헤퍼서는 어려울 것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백포로 가는길

길가에 수북한 연정리 고인돌을 살펴요

남방식이네 북방식이네 분류하기를 좋하하는 사학자의 논변을

그대로 흉내내듯 설명합니다

시골노인 두분이 커더란 바윗덩이 한개씩을 차지하고

시원한 바람에 더위를 식히는 군요

아람드리 고목곁에 있는 넓쩍한 큰돌은 그위를 시멘트로 평평하게 발라서

열댓명이 둘러앉아 담소하기좋게 만들어 놓기도 했습니다

새마을운동에 무수히 없어졌다고 안타까와 하며

그때의 무지에 대한 아쉬움으로 말끝을 흐리고 마네요

 

또 달립니다 드디어 백포에 도착합니다

고색짙은 돌담사잇길을 돌아

벌래구멍 투성이의 기둥이 하얗게 발한 유두서의 옛집을 만나요

마당앞에 펼쳐진 포구가 예사롭지않은 풍광으로 시야에 들어옵니다

사람이 사는 집과 살지않는 집의 차이가 현저하게 드러나요

"사람의 몸에서는 웬만한 벌래들을 퇴치하는

강력한 독기가 품어나오는게 아닐까요?"

다 쓰러져가는 집도 사람이 살고 있으면 위태위태하면서도 용케 버티는데

사람이 일단 집을 비우면 금새 삭아 쓰러져요

벌래도 엄청 꼬이구요

윤두서의 집을 비워두고 관리할게 아니라

사람이 들어 살게하고 관리를 하는 것이 더 효율이 높을 것 같아요

해남은 태풍도 빗겨간다네요

그 많은 비도 해남을 살짝 돌아나갔다나요?

참 좋은 곳임을 실감합니다

 

대흥사는 생략하기로 했어요

 

북일면 전방후원분이라는 고분을 답사했지요

일본의 고대 지배층의 무덤형식이라는,

일본엔 흔한데 한반도에서는 존재하지않는 형식이라지요

이것도 새마을운동의 일환으로 마을길을 뚫는 와중에 발견한 것이랍니다

고분이 많다는 것을 마을사람들은 옛부터 알고 있었는데

그것이 고분이라 하면 마을길이 뚫리지않을까봐 쉬쉬했다나요?

그나마 남은 것도 전부 도굴이 된 상태이구요

 

남창리를 지나 완도대교를 건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