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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듣다

jaye syo 2006. 3. 1. 13:04

70세가 넘었다고 합니다

"복채를 넉넉히 내야하는데 ....."

"아 그러지마시고 한번 봐주세요"

아들 손자 거느리고 사는 주유소집 부유한 할머니는

비를 피해 잠시 건물안으로 들어온

살집좋은 노비구니에게 이 얘기 저 얘기 말을 붙이다가

점볼줄도 아시겠네하며

자신의 점쾌여부를 부탁을 넘어 강요하다시피 보챕니다

상이 좋은 비구니는 미소가 은은한 얼굴로 실없다는 듯 하시는 말씀

"내점은 매우 비쌉니다 복채로 한 백만원 정도 내놔야 그나마 봐줄까 말까하거든요"

평생을 점으로 살아온 할머니는 이제야 임자라도 만난 듯

그냥 한번 봐줄 수 없냐며 매달립니다

건물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비구니에게 쏠렸지요

시종일관 허허하며 웃으시던 노비구니는

넉넉하게 뜸을 들이고 애닲아하시는 할머니에게

우스게 소리처럼 말합니다

"모르면서 아는 것 처럼 말하면 망언죄에 속하는데 어찌 함부로 말할 수 있겠습니까?"

의아했지요

할머니의 표정이 그러했습니다

공짜점은 봐줄 수 없다는 뜻이렷다 이렇게 생각이 든 것이지요

사람은 궁금증이 일면 일단 반분이라도 풀지않고는 못견디는 증상이 있는가 봅니다

그예 고집스럽게 사정조로 애원하는 군요

"좋은일 한번 하신 셈으로 한번 봐주세요"

주변의 잡담이 싹 사그러 들고 라디오에서 철 지난 가요가 잡음처럼 나오고 있습니다

"내가 내 앞일을 모르는데 어떻게 남의 앞일을 알겠어요

그래서 봐드리지 못하는 겁니다

점은 봐서 뭘합니까

남에게 해를 끼치지않는 것만으로도 이미 복을 받은 것이니 그렇게 사시면 되지요"

이제는 내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물었지요 연세는 얼마나 되셨냐고요

죽을 때가 다 된 사람이 뭔 나이가 있녜요

그러면서 약간 미안했던지 70은 넘은 것 같다나요

70세가 넘은 두분의 할머니는 출세와 속세의 격차만큼이나

삶의 양과 질이 달라 보입니다

홀로 늙으신 비구니의 모습이 부러운 삶의 모습일까?

주변에 관심을 쏟으며 온갖 희로애락을 가슴에 품고

번뇌에 시달리며 사신 할머니의 모습이 인간의 참 모습일까?

남의 떡이 커보인다더니

서로 부러워하는 것은 아닐런지 별 생각을 다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