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졌어요"
"까졌다고 하지마 아까 까졌어"
"아녜요 뜨거운걸 너무 급하게 먹었나봐요"
낮에 먹던 탕이 남아 물을 더 붇고
우리밀라면을 끓여
"아마 라면중에 가장 비싼 라면일거야"
하면서 젊은 과장 부지런히 먹더니만
막판에 수저를 딱 멈추기에 사장님 한마디 하신다
"왜 갑자기 전투력이 저하되셨나?"
입안이 다 까졌단다
강남에 사시는 김선생
전번에 보내준 홍어를 너무도 맛있게 먹었다고 인사를 하니
지난 토요일 또 보내왔다
"요번엔 아주 폭 삭은 것이라 바로 드셔야 돼요"
"아 예 고맙습니다"
바쁘다보니 시기를 놓쳤다
오늘 점심에 미나리를 사다가 찜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코를 쏠 정도로 맵다
나만 입안이 까진줄 알고 잠자코 있었는데
젊은 과장 빼놓고 다 까졌던 모양이다
동내 오래된 목욕탕
교정을 보느라 종일 꼼짝없이 앉아있었더니 몸이 가볍지않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어깨를 푼다
맥없이 틀어놓은 티비에서는 온통 물난리다
목욕탕주인 왈
"오는김에 아예 한 1000미리 정도 더 내렸으면 좋겠어요"
"예에? 아니 왜요?"
"있는 놈이고 없는 놈이고 뒈질놈은 다 뒈지게요"
뭔 억하심정이람
수해로 죽을똥 살똥 고생하는 사람들이 티비화면에 그득한데
비 더 오라고 더 와야한다고 농 삼아 떠들어 댄다
급기야 부정을 저질러 축재한 놈들
벌금형 판결을 때리고 그 벌금 받아내지도 못한다고 성토한다
징역형도 슬그머니 풀더란다
전두환이가 등장하고... 전재산 29만원밖에 없다더란다
"그놈은 기름에 튀겨 죽여야해요 아 그놈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는데"
비오는 날
물난리가 목욕탕주인의 심기를 몹시 흐트렸나보다
그놈의 홍어 때문에 혓바닥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