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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

jaye syo 2006. 7. 17. 11:11

"부천영화제에 33억을 들여 개막식을 했는데

...........졌습니다"

비가 철철 내리는 어제

남산 하이얏트호텔 그랜드볼륨에서 혼인식을 보고

이장호감독의 첫마디 소감이었습니다

부천영화제 개막식을 거하게 했나봅니다

그러나 이 혼인식의 격에 미치지못함을 저리도 솔직하게 말하는 군요

겸양의 찬사임을 누군들 모르랴만 이감독의 면모가 돋보입니다 

600여명이 넘는 하객이 시작에서 식사를 마치는 두시간동안

꼼짝없이 자리를 지키면서 새로운 혼인문화를

매우 만족해하며 즐거워합니다

 

파가니니의 칸타빌레가 바이올린 독주로 은은하게 우아하게 연주되고

이어 우리 정악에서 한곡이 피리독주로 그 넓다란 홀을 정적에 몰아 넣습니다

그리고는 혼인식이 진행되었지요

먼저 신부 부모님이 나란히 입장하여 단에 서면

신랑 부모님이 나란히 들어와 신부 부모와 상견례를 해요

그리고 중간 단에 나란히 섭니다

그러면 신랑 신부가 같이 입장을 하여 부모님께 큰절을 올려

귀하게 키워주시고 자신들의 혼인을 허락하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해금 피리 피아노의 절묘한 연주로 웨딩마치를 대신하구요

신랑 신부는 하객에게 정중한 인사를 드리고

윗단에 마련된 밤 대추만 달랑 올려진 간소한 상에

마주보고 서서 유사의 지시에 따라

전통의례의 절차인 관세례를 시작으로

교배례 수작례를 진행하지요 

관세례는 그간의 허물과 부정을 몰아내고 정화한다는 의미의 행위로

천자(시자)가 들고있는 정화수에 신랑 신부는 손을 씻습니다

몸과 마음을 깨끗이하여 혼인에 임한다는 뜻이겠지요

교배례로 이어집니다

예전에는 신부가 먼저 몇번 절하면 신랑이 답례로 몇번 절하고 그랬지요

여기서는 일배 재배 삼배 유사의 구령에 따라 같이 절을 합니다

그리고 수작례에 들어가요

신랑이 예쁜 도기잔에 향이 좋은 술을 따뤄 천자를 통해 

신부에게 전해요

신부가 딱 반을 마신 술잔은 천자에게 되돌려져

신랑에게 다시 오지요

신랑은 신부가 먹었던 술을 다 마심으로

비로서 혼인이 성사되어 한몸을 이루었다는 것을

상징적 시각으로 보여줍니다

이것으로 혼인예식은 끝입니다

참 간단하고 섭섭하지요

그래서

"하늘을 따르는 것이 본성이요

 본성을 따르는 것이 나의 길이다

 나의 길을 따르는........................"으로

시작하는 주례사를 유사의 선창으로 하객들이 모두 큰소리로 따라 읽어요

그 유명한 3세대 재즈가수 웅산이 등장하여 축가를 부르고

이어 우리시대의 가수 이동원이 노래해요

그리고 이 시대 최고의 메조 소프라노 배지연교수가 까치니의 아베마리아를 부릅니다

노래에 맞추어 신랑 신부가 세속을 향해 나아가면서

예식은 막을 내리고 만찬이 시작됩니다

배교수의 노래소리에 내눈에 눈물이 고여요

 

만찬중에 다시 웅산이 노래를 부르고

배교수의 노래가 이어지고

뉴욕 부르노트무대에서 연주를 했던 박종화의

재즈피아노가 친근한 우리동요를 들려주고

주석원의 이메진이 감미롭게 퍼집니다

 

근사하고 요란한 식사를 마치고

배교수 부부의 테이블로 가서 낭군에게

"배교수의 노래에 눈물이 납디다"하니 낭군 왈

"무슨 남자가 눈물이 그리 헤퍼"그래요 그래서

"지금 질투하는 거야?"했더니 푸쉬~ 하고 웃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