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강남에 사시는 고선생은
뜬금없이 화훼시장엘 데려가서
저 수선화 세 그루와
철쭉 두 그루를 사더니
가져가서 아무 데나 심으라며
떠맡기다시피 안기기에
우리 산 무덤가에 마지못해 심었는데
철쭉은 지난 한파를 이기지 못해 고사하고
수선화는 딱 한그루 싹이 나와
보란 듯이 활짝 피어 자태를 뽐낸다.
보리똥나무는 나이가 몇인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기서 거기
올핸 유난히 꽃이 많아
절로 눈길을 끌고
늦가을이나 되어야
겨우 보리알만 한 열매가
붉은 얼굴에 흰점 가득
보일 듯 말 듯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