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박스 포인트가 소멸예정이라며 문자가 떴다.
인심이란 참 얄궂다.
- 모처럼 영화 한편 어때?
- 좋지.
소멸되는 포인트로 영화 인심을 다 쓰게 되다니.
나설 때는 비가 올 것 같지도 않았다.
영화를 보고 나서는데 바깥은 장대비가 내리고 있네?
코엑스에서 9호선 전철로 선정릉, 거기서 분당선으로 강남구청, 거기서 7호선으로 집에 오면 거의 비를 피할 수 있겠다.
갈아타는 수고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코엑스에서 급행을 타고 노량진까지 가서 1호선을 타면 되는데 시간이 훨씬 더 걸린다.
강남친구를 보내고 일단 9호선을 탔다.
1호선으로 갈아타는데 광운대행이 도착한다.
승객이 별로 없어 앉아서 석계까지 가기로 하고 빈자리에 엉덩이를 붙였다.
아직 장대비가 내린다.
석계에서 소요산행으로 갈아타려고 일어서는데 저 쪽 텅빈 의자 밑에 접이식 우산이 덩그러니 버려졌다.
순전히 비 때문에 우산을 줏어 들고 내렸다.
비 좀 맞으면 어때
주인없는 우산 그냥 선반에 올려놓고 내릴 것이지
아냐 이것은 하늘님의 선물일거야
예전에 편의점에 놔두고 잊어버린 우산도
꼭 필요한 사람이 유용하게 잘 썼을거야
이 우산도 그럴걸 아마?
역에서 내리면 5분 가량 걸어야 되는데 빗발이 아주 약해졌다.
우산을 그냥 전철 선반에 놔둘걸 그랬나?
역에서 불과 길 하나 건넜을 뿐인데 급작스레 장대비가 쏟아진다.
우산 주인인 그 어떤 분에게 하늘님의 복을 받으시라 고마움을 전한다.
잊혀진 일본의 관동대지진을 상기시켜주는,
그때 일본에서 개돼지로 살면서 6,000명이 넘는 조선인이 학살당한 비극을 박열의 삶을 통해 재현하였다.
일본인은 야만인일 뿐이라고 일갈한 박경리선생의 말씀이 맞다.
이준익감독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