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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빈옥

jaye syo 2017. 6. 30. 10:23

곱게 늙으신 할머니가 옥빈옥 주인이었다.

옥빈옥은 시골의 내로라 하는 졸부들의 그야말로 사랑방이 되었다.

예쁘고 소리 잘하고 춤은 기본이고 손님을 왕으로 모시는 능력이 탁월한 기생들이 늘 십여명 옥빈옥에 살고 있었다.

당시 최아무개는 옥빈옥에서 왕중왕의 손님으로 군림하였다.

최는 일년을 조지빠지게 일해 모은 돈을 보름동안 옥빈옥에서 기생치마폭에 싸여 한푼 남김없이 탕진해야만 밖에 나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개같이 일을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거의 십여년 되풀이되는 그의 엉뚱한 삶을 사람들은 바보라고 수근거렸다.

그의 이름이 태 무엇이었는데 너무 오래되어 기억에서 지워졌다.  

어떤 사람은 최의 이러한 행동을 보고 호남중의 호남이라 칭찬을 아끼지않는 반면 어떤이는 가치없는 쾌락에 빠진놈일뿐라고 개무시하였다.

옥빈옥 할머니는 일년에 한번 나타나는 최가 찾아오면 백년손님 사위가 왔다며 버선발로 맞이했다.

그리고 산해진미 진수성찬이 차려지고 옥빈옥 붙박이 기생들의 점고가 이어진다.

최가 점찍은 기생 한 명과 보름을 지새우는지 기생 모두와 번갈아 지새우는지 이것이 또 주변 사람들의 관심사가 되었다.


유일한 소문은 조신하고 품위를 잃지않는 한눈에 반한 기생이 있었는데

최의 순진함은 순전히 이 기생을 향한 향심이라는 진위를 알수없는 구설이었다.

같이 살자고 끈질기게 덤볐으나 산전수전을 다 겪은 노련한 기생은 최의 일편단심 사랑을 부질없다 치부해 완곡하게 거절하였다는 것이고

최는 단 며칠이라도 기생과 함께 살을 부비며 살아보고 싶다는 일념으로 일년에 한번 옥빈옥에서 뽕을 뺀다는 것이다.

참 대단한 기생이 틀림없다.


옥빈옥은 한 때를 화려하게 구가한 요정이었다.

할머니의 건강이 문제되면서 급격하게 몰락했는데 기생들 또한 뿔뿔이 흩어지고

최가 그렇게 좋아하던 기생도 소리소문없이 떠나고 말았다.

최의 각성은 이 때 비로서 있었던 것 같다.

참한 처자와 결혼을 한후 죽을 때까지 요정출입을 하지않았다고 그를 아는 사람들의 증언이다.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쓴다 했는데

최의 생애는 과연 그러했을까?


최가 그토록 좋아했던 기생은 남편과 가족이 있었다는 후문이 돌았다.

전쟁이 휴전으로 치닫고 가난이 온나라를 뒤덮었을 때 먹고 사는 생활고가 극에 달하자 호구치책으로 옥빈옥을 찾았다는 것이다.

최의 공세에 흔들리는 마음을 옥빈옥 할머니의 호랑이 으름장같은 불호령이 다잡아 주었다나?


이들의 사랑은 어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