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선물이라며
복제품 미인도를 보내왔다
진품은 간송미술관전시를 통해 유리창 넘어로 감상하였지만
자세히 살펴보기란 언감생심이었다
혜원이 이 그림을 막 완성하였을 때에는
지금처럼 색이 바래고 흐릿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분명 사혁이 말하는 기운생동의 기가 서렸으리라
고운 얼굴에 취하고 가녀린 자태에 취해서인지
아니면 춘정에서였는지
이그림을 소장한 사대부 양반은
미인도의 그림에 입맞춤을 하였나보다
작고 도톰한 붉은 입술 주변으로
특히 때가 탄 흔적이 역역하다
한올 한올 머리카락에 시선이 닿으면
뽀얀 피부에 돋은 투명한 솜털까지 그려넣은 듯하고
턱선이며 목선이 매끄럽고 건강하다
우리옷의 저 수수한 매력은
또 이미 잃어버린 심미적 감성을 자극한다
이 그림 한점으로도
우리 옛 선비의 섬세한 심미적 감성의 품격을 집작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