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를 눌러쓰고
오후의 햇살을 역으로 받으며
휘청이듯 길을 나선다
이미 하산의 인파마져
쥐꼬랑지처럼 가늘어지고
뚝뚝 끊어지는
해너미 네시의 산길
이어폰을 통한 비제의 아리아
살랑 끄떡 콧노래 흥얼흥얼
윤중강은 박초월 김소희 김옥심의 노래를 들려주네
천축사 경내에서
올려다본 만장봉의 우람한 자태
오늘 따라 범접치못할 위용을 과시할양
작은 안구에 꽉 차
어지럼증을 유발한다
원공스님의 안부를 물었지
젊은 중은 어리둥절
지금은 이곳에 안 계십니다
좀 이따가 노스님이 공양하러 나오시면 물어보세요
인상좋은 늙은 중
저 밑에 빌라에서 살아
몸이 불편해서 산을 내려갔지
십년쯤 되었어
몸을 함부로 굴려서 많이 망가졌지
북중학교 근처 빌라에서 물어보면 돼
그러면 만날 수 있을거야
한달전에는 아카시아 향기가 가득했고
지금은 밤꽃향이 도봉산 천축사 길가에 가득하다
* 원공스님
- 부산에 갔다왔지. 라고 말씀하시면 천축사에서 부산까지 순전히 걸어서 다녀오신 거예요.
절대로 자동차 기차 등등 아무것도 안 타시고 그냥 두발로 걸어서 다니세요
아마도 우리나라의 마지막 선승일 거라는 세간에 떠도는 말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