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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스런 선물

jaye syo 2016. 5. 4. 01:10

- 택배인데요. 댁에 누가 계신가요?

- 지금은 아무도 없는데요?

- 그러면 경비실에 맡겨놓겠습니다.

- 예 그러세요. 그런데 뭐가 왔나요?

- 생물 같습니다.


오페라 오텔로를 또 보려고 강남쪽으로 건너가는 중이었지요.

강남에 사는 친구는 그거 본거 또 보는 건데 오늘은 비바람도 불고 그냥 맥주나 한잔하자고 꼬드깁니다.

그래서 오페라는 포기하고 맛있는 맥주 딱 한잔 마시고 노닥대다가 집에 와서 경비실에 갔더니

커다란 스티로폼 박스를 한개 내어주더군요.

누가 보냈을까?


**고등학교. ***교장선생님께서 보내주신 것이었습니다.

너무도 황당한 일이어서 순간 어찌할바를 모를 지경이 되었습니다.

선물을 절대로 받지 않겠다는 것이 원칙으로 정해져 지금까지 잘 지켜지고 있었는데

오늘 그 원칙이 와장창 무너지는 기분이드는군요.

이 일을 어찌한담?


일단 뚜껑을 열어보니 먹음직스런 한우고기가 인조얼음덩이와 가지런히 들어있네요.

한동안 고민을 하다가 라벨에 적혀있는 교장선생님 전화번호를 눌렀습니다.

신호가 한참이어지더니, 전화를 받을 수없습니다. 삐 소리가 나면 용무를 말씀하시라는 기계음이 울려

일단 문자 메세지로 고맙다는 인사를 보냈지요.


아무리 작은 원칙이라도 한번 무너지면 삶의 질서가 헝크러질 수가 있어요.

식탐이 유별난 입장에서 선물의 내용물이 이미 마음을 흔든 마당에 결정이 쉽지않군요.


선생님, 선생님은 무슨 억하심정이있어 나를 시험에 들게 하시는가요.

은원의 심정으로 이번만은 용인토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제발 또다시 시험에 들게 하지마시기 바랍니다.

무거운 돌덩이에 눌리는 듯한 부담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