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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후(邂逅相逢)

jaye syo 2016. 3. 27. 23:59

- 오늘 아들 생일 일찍 와


마나님의 전화입니다


- 알았어요

짧은 답변으로 마감하고 아침부터 서둘러 전철로 이동합니다

마나님은 미역국에 갈비 시원한 갖김치 생선구이 등등을 차려내어 아들네 가족을 기다립니다


며칠전

십년이 훌쩍 넘어 전화선을 타고

"아저씨 전화번호가 바뀌었으면 알려줘야지 왜 내가 전화번호를 따게 만들어요"

대짜고짜 따지는 반갑고도 어리둥절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웬일이세요?"

"아저씨네 가게 세줄 의향없으세요?"

"누가 세를 달라던가요?"

"예 제가 아는 사람인데요 ......"


업무시간중이라 말이 길어질 것 같아 일단 자세한 것은 만나서 알아보기로 잠정 약속을 정했습니다


아들 생일밥을 먹으러 가면서 오후 2시에 오페라를 한편 봐야겠다고 속으로 다짐을 하였지요

그런데 며칠전의 전화가 미결이라서 그게 좀 걸립니다


12시쯤 전화통화가 되었습니다

세를 얻으려는 사람과 2시에서 3시사이에 약속을 잡겠다는 전언입니다


마침 집에 도올 만화논어 1, 2권이 있어 챙겼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 예쁜아주머니는 무척 반기는군요

시집온지가 벌써 27년이되었고 나이가 52세나 되었다며 이제는 지는 해라고 웃습니다

우리집과는 마주보는 길건너 가게집인지라 매일 문을 열면 앞집의 상황이 쫙 펼쳐지지요

그렇게 십여년이 넘도록 왕래하며 살았으니 알게 모르게 정이 들었나 봅니다

그러다가 우리가 서울로 이주하는 바람에 소원해젔어요 


2시부터 기다리는데 가게를 얻겠다던 사람이 전화도 받지않고 나타나지도 않네요

예쁜아주머니와 한시간여를 지난세월의 회포를 풀었습니다

고향과 같은 곳

그러나 지금은 매우 낯선 곳

그 곱던 얼굴에 깊은 주름이 새겨지는 나이에 이른 예쁜아낙

세월은 한치의 틈도 없이 예외도 없이 흔적을 남기는군요


오늘 음력 2월 19일 시어머니의 생일이라고 큰아들 생일도 시어머니와 같은 날인 오늘이라고 말합니다

놀랬지요

나도 오늘 아들 생일밥을 먹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