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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 필하모닉

jaye syo 2015. 11. 24. 21:59

2015. 11. 23   오후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루드비히 판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제5번 "황제"

피아노: 백건우

 

표트르 일리치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제6번 "비창"

 

지휘: 발레리 게르기예프

뮌헨 필하모닉

 

22일밤 11시쯤에 전화메일이 온 것을 확인한 바 내일 시간이 있으면 예술의 전당에서 얼굴이나 한번 보자는

원주에 거주하고 있는 실로 오랜만인 친구의 전갈이었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궁금하던차에 통화버튼을 눌렀지요.

백건우의 공연이라서 일찌감치 표를 예매하였는데 서울에 가기가 여간해서 어려우니 이번 기회에 저녁식사라도 함께 하자는군요.

23일 퇴근길에 전철로 부지런히 공연장으로 달려야했습니다.

 

아 포스터를 외면했어야 했는데 나도 모르게 매표소쪽으로 가고 있네요.

33만원 25만원 좌석만 몇석 남아있다고 하는군요.

쥐꼬리 월급쟁이가 일말의 망설임없이 대뜸 질러버리다니

하여튼 맨앞줄에 한석이 비어있어 그만 내가 낚아채었는지, 아니 내가 낚이었는지 신용카드를 내밀고 말았지요.

친구는 예나 지금이나 참 호기롭다고 비아냥거리며 저녁이나 먹으러 가잡니다.

모짤트인지 홀 바로 앞에 있는 카페에는 대기시간 40분이라고 써있어서 돌아나와 길건너면 음식점이 많으니까 그리로 가자했지요.

칼국수 간판이 바로 보이기에 친구는 비빔밥 나는 들깨갈국수를 시켜 먹었습니다.

 

친구는 저 멀리 뒷좌석에서 나는 맨 앞좌석에서 따로따로 감상하였습니다.

 

명불허전이라더니 과연 값비싼 앞좌석의 진가를 만킥하였습니다.

베토벤의 "황제"는 너무도 익숙한 곡이라서 끝까지 초롱한 촉감으로 그 미세한 음에서 장중한 울림까지

한음이라도 행여 놓칠세라 시각 청각을 총동원하여 흡음을 해봅니다.

황홀하군요.

백건우선생은 벌써 나이가 70이 되었습니다.

그의 건장한 몸 하나만으로도 그의 음악세계의 철저함이 보입니다.

연주가 끝났을 때 온통 감동의 도가니였음에도 미소로 답례하고 돌아서는 그의 표정은 시무룩하군요.

나는 참 이상한 버릇이 있는 것 같아요.

같은 음계를 연타로 빠르게 두드리는 부분에서 얼마나 고르게 소리가 연결되는지를 유심히 살피거든요.

위대한 연주자의 저 드넓은 속마음의 예리한 감성이 손가락 끝에서 재현되는 과정이란 일반인인 우리의 상상을 불허하기도 합니다.

아! 이제 백건우선생도 할아버지구나! 

백건우

참으로 위대한 인물.

 

차이코프스키의 "비창" 또한 아주 익숙한 곡이지요.

지근거리에서 교향악의 적막한 현의 선율이란 온몸을 나른하게 합니다.

이거 어떠한 음반에서도 도저히 느껴볼 수 없는 미묘함입니다.

게르기예프는 참으로 도도하더군요.

그럼에도 밉지않다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