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겐츠 페스티벌의 시작이란다.
한달전에 예매를 하였는데 친구에게 같이 보겠느냐 물으니 환영이라하여 두장을 샀다.
어제 두시쯤 전화로 급한일이 갑자기 생겨서 못보겠단다.
그래? 그러면 오페라를 좋아하는 강선생이나 민선생에게 같이 가자고 하지 뭐.
두분 다 선약이 있다네?
그러면 조카에게 전화를 해볼까?
결국 혼자서 보았다.
공연도중 비가 오는 바람에 중단되어 다른날의 공연을 편집하여 송출하였다며 화질이나 음질에 약간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미리 양해를 구한다.
호수위 무대에 거대한 성벽을 설치하고 서안 시황릉에서 발견된 병마용갱의 표정이 다양한 병사모형을 아래위로 보기좋게 배치하였다.
성벽은 현대건축기술의 정점인양 오페라의 극적 분위기를 고무키 위해 만들어진 임시 건축물이지만 무대미술의 극치를 보여준다.
중국인 특유의 연출을 위해 가면과 복장을 동일한 패턴으로 제작하여 수많은 군중을 무대에 올렸다.
중국문자인 한자와 소림사의 무술을 연상케하는 박력넘치는 군무, 용춤, 불춤, 황제의 상징인 거대한 용문양 등 중국풍 일색이다.
푸치니는 나비부인으로 일본을 음악적 형식으로 서구에 소개하였고
투란도트를 완전히 새로운 풍의 오페라로 만들어 중국의 문화를 서구에 선보였다.
이 오페라는 약 30여년전 라 스칼라 기술진에 의해 공연된 것을 본 것이 전부인 것같다.
칼라프의 노래 "공주는 잠못이루고"는 일상에서 흔히 듣는 아리아로 매우 친근하지만 투란도트 전막의 흐름은 기억이 가물하다.
비를 맞으며 어제 토요일 오후 7시에 코엑스 메가박스에 도착하여 브레겐츠 페스티벌 투란도트를 눈물 글썽이며 감상하였다.
몰락한 왕가의 왕자 칼라프는 북경까지 흘러들어 유랑하는 신세이다.
우연히 시녀였던 류가 노쇠한 아버지를 지극정성 봉양하며 거리에서 구걸하는 모습을 보고 극적인 상봉을 하는데
이들은 군중틈에서 투란도트에게 구혼하였다가 실패하여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페르사아 왕자의 가련한 모습을 목격한다.
때마침 나타난 미모수려한 투란도트를 보고 한눈에 반한 칼라프는 자신의 운명을 시험해 본다며 투란도트의 세가지 수수께끼에 도전한다.
무모한 도전이라며 사람들은 칼라프를 말린다.
그동안 수많은 귀족과 왕자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충고한다.
커다란 징을 울려 도전자가 나타났음을 알리고
도도한 투란도트의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가 공주의 입에서 어디 풀어보란듯 내 뱉어지지만
희망, 피, 투란도트, 세개의 답을 다 알아맞힌 지혜로운 칼라프는 공주를 향해 당신은 이제 나의 소유가 되었다고 외친다.
그 어려운 수수께끼를 의외로 쉽게 풀어낸 의문의 사나이를 선듯 받아들일 수없는 공주의 강한 반발로
칼라프는 역으로 공주에게 내일 아침 날이 밝을 때까지 내이름을 알아낸다면 내목숨은 당신의 것이라고 선언한다.
그날밤 공주의 명으로 북경의 모든 사람은 잠을 못이루고 의문의 사나이의 이름을 알아내려 동분서주하게 된다.
낮에 아버지와 류 셋이 상봉하는 것을 본 사람들의 제보로 아버지와 류가 잡히고 고문을 당하는데
그의 이름은 유일하게 나만 알고 있다고 류가 나서고 황실의 관원들은 그러한 류를 모질게 고문한다.
류는 칼라프왕자를 향한 사랑을 한몸에 간직한체 입을 꾹다물고 자결을 택한다.
이 모습을 본 투란도트의 마음이 움직이고 칼라프는 자신의 이름을 공주에게 알린다.
공주는 드디어 그의 이름을 알았다고 크게 외친다.
그의 이름은 사랑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