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8가까지 천천히 천변을 따라 오랜만에 걸어보았습니다
다리밑 시원한 물속에 커다란 잉어가 피서라도 하는 양 여유를 한껏 부리고 있어요
조금 빠른 유속을 보이는 곳에는 피래미들이 발정이라도 났는지 숫컷들의 자태는 울긋뷸긋 요란스럽습니다
작년에 국박에서 얻어온 옛 태극기 문양이 앞뒤로 박힌 부채를 차양삼아 들고 다녔지요
내리쬐는 볕은 복날이 분명하고 살랑 부는 바람은 벌써 가을이네요
태풍의 영향?
7가쯤에 몇군데 헌책방이 있고
허름한 음반가게도 있어서
값이 저렴한 디비디라도 혹시 있으려나 들어갔다가
무려 여덟편의 오페라 디비디를 질렀습니다
어젯밤 세월이 묻어나는 연출의 세비야의 이발사를 아주 늦게까지 감상하였어요
한글자막의 고상틱한 번역이 약간 거슬렸지만
출연진의 품격있는 노래실력에 절로 빠져들어 시간가는 줄 모르고 ......
몇년전 아들은 소니 서라운드 디비디풀레이어를 설치하고 틈틈이 영화감상을 하더니
장비를 고스란히 놓아두고 이거 아빠가 쓰시고 나중에 더 좋은 걸로 사주세요 하면서 선심을 썼는데
시간도 그러하고 그냥 애물단지처럼 방치하고 있었지요
섬세한 음향이 장난이 아닙니다
단지 아파트의 구조상 좀더 찌렁한 음량이 매우 아쉬웠다는 점만 제외한다면 대만족의 성과였어요
메가박스에서 상영중인 메트로판의 로랜스 브라운리가 멋지게 소화한,
막판에 부르는 고난도의 아리아가 빠진 판본이라 나름 비교의 맛도 있습니다
로시니는 이작품의 초연 당시 알마비바역을 맡은 나름 명망있는 가수가 너무 어려워 못 부르겠다며 사양하는 바람에
그러면 이 아리아를 그냥 빼고 부르라고 양보를 했다지요
그리고 이듬해 작곡한 라 체네렌톨라에 메조 소프라노의 아리아로 삽입하여 그 어려운 노래는 살아났답니다
그래서 세비야의 이발사 수정본과 원본이 무대에 올려지는데 테너의 가창력량에 따라 이 아리아를 테너의 음역으로 들을 수 있다나요?
오페라부파에 걸맞는 가볍고 유쾌한 연출이 로시니의 음악적 의도를 정통으로 간파했다고나 할까 그러면서 ......
아무튼 대성공입니다
진짜 메가박스에 발길이 뜸하게 되었네요
하류쪽은 숲을 이루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