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수로 약 3년간 메가박스에서 열열하게 오페라를 감상하였다.
작년에는 푸치니의 라보엠을 메트로 버전과 영화판 버전을 각각 십여차례씩 무려 21번을 보았다.
처음 보기 시작할때는 두세번이 고작이었으나 메가박스의 친절한 직원이 우대 티켓을 권장하여
삼만원의 입장료가 만오천원으로 줄어 한번 볼 것을 두번 보게 되었는데
오페라의 특성이 다른 음악회의 경우와는 달리 보면 볼수록 더 관심이 깊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메가박스에 한 작품이 올려지면 최소한 다섯번, 많게는 열번정도의 관람을 하게 되었다.
세비야의 이발사는 일곱번인가를 보았는데 그래도 미진하여 수요일의 공연을 놓치지 않으려고
좀 일찍 퇴근하여 부지런히 메가박스엘 갔는데 예쁘장한 직원이 엄격한 잣대를 제시하며
우대티켓은 안되겠다고 못을 박는 바람에 허탈하게 돌아섰다.
까짓것 삼만원이 아까운 것은 아니지만 사람의 마음이 여우같다고 만오천원에 보다가 삼만원이라니
은근히 억울한 생각이 들면서 그거 뻔한 스토리인데 꼭 더 봐야하나 하는 심정이 드는 것이다.
아 정말 마음이 심히 간사하다.
서울극장은 오래전부터 특별히 우대티켓을 발권해주어 좋은 영화를 많이 감상하였는데....
메가박스에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수준높은 오페라를 감상하는데 너무도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고 할까?
메가박스에서 우대티켓으로 일년동안 오페라를 감상하는데 대략 삼백만원의 비용이 든다.
오페라를 무척 좋아하는 친구와 같이 볼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쁘장한 메가박스 여직원의 우대티켓 거절은 너무도 정당한 것이고
그 정당함에 서운한 감정이 일어나는 것 역시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정말 먼길을 돌았다.
직장에서 코액스까지의 거리가 그렇고 코엑스에서 집까지의 거리가 또한 멀다.
잔뜩 기대한 오페라감상의 즐거움을 예쁜 여직원의 정당한 거절로 포기하고 늘어진 폼으로 귀가하는 길에
오페라 감상 비용에 대한 생각이 불현듯 스친다.
삼백만원이면 오페라 DVD 한장에 평균 삼만원 잡아 DVD 백장을 장만할 수 있는데....?
집에 오디오 시스템이 구비되어 있겠다 좋은 공연실황 DVD를 구입해 시간도 아낄겸 집에서 편하게 감상해야겠다는.....
어제에 이어 오늘은 돈조반니를 상영하는데 그 씁쓸한 기억이 감상의 욕구를 억제시키는 바람에
메가박스로 향하려던 발길을 일찌김치 돌리고 말았다.
언젠가 소극장에서 아주 작은 규모로 축소해서 공연하던 "사랑의 묘약"을 보았을 때
그때 극장측에서 다시 보러오시면 반값에 티켓을 드리겠다며 친절하게 안내하는 탓으로 세번을 본 기억이 난다.
아무튼 메가박스의 아름다운 여직원의 깐깐함으로 인해
빵빵한 에어컨의 춥고 먼지가 뽀얀 커다란 극장공간이 아닌 편안하고 쾌적한 안방에서 오페라를 감상하게 생겼다.
인식의 전환이란 이런 경우를 두고 이르는가 보다.
그동안의 즐거움을 제공한 메가박스에 다시한번 감사의 념을 보낸다.
아듀~ 메가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