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척도를 다양한 향기의 제조라고 한다면 넌센스일까?
봄부터 화초들은 다투어 피어나더니
오가는 동선 공기중에 향기를 풀어놓았다
영특한 인류가 만들어낸 야릇한 냄새
아릿따운 여인일수록 향긋한 향수의 강도가 세다
전철에 가득한 문명이 제조한 향기의 향연
서울은 삼십여년 넘게 코를 마비 시켰다
아침 찌는 더위의 시작점을 막 통과할 무렵
내장이라도 토해내듯
지하정류장의 인파는 계단을 오른다
그래도 이른 시간의 선선한 바람이
앞질러 스쳐가는 빛바랜 하늘색 얇은 자겟의
싱그런 여인의 전혀 낮선 향기를 드러낸다
기억의 오랜 무의식
무명의 냄새일까?
순면의 청량한 향?
저 이는 그 흔한 화장도 안 했구나!
여름의 땀내를 감추려는 얄팍한 향수의 기교도 없구나!
그 당연한 비누냄새조차 없구나!
새하얀 무명은 빨래할때마다 양잿물에 푹 삶아서
깨끗하게 행구어 반드시 따가운 햇볕에 말려야만 저 익숙한 향을 발산한다
오십여계단을 오르며 풋풋한 면냄새를 쫓는다
왜 이렇게 기분이 좋아지는 걸까?
아 너무도 오래된 엄마의 체취였다
지상의 수많은 갈래길에서 엄마의 냄새는 사라졌다
여름의 향기도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