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봄 선물용 화분이 한개 왔어요.
꽃이 예쁘게 피어나는 중이었지요.
환경의 변화 탓일까?
만개의 화려함을 보기도 전에 꽃봉오리가 시들해져서
여름내내 가끔 물만주며 거들떠 보지않았는데
가을이 이미 가고 추위가 시작되던 겨울초입
잎새 끝에 빨간점이 생기더니
길쭉한 원뿔형 꽃봉오리로 커지고
하나둘씩 활짝피어 신비와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고 있어요.
인간들의 아귀다툼이야 어찌되든
저 화분에 갇혀 따분하게 길들여지는 선인장의 태연함은
삼십년 도력의 날라리 신선보다 품새가 점잖아요.
선명한 핏빛 빨강 꽃잎이 한꺼풀 펼쳐지고
또 한꺼풀 펼쳐지고 끝에
가늘고 긴 투명한 꽃술이 길게 뻗어
창으로 빗긴 햇살에 반짝일때
저렇게까지 내 감성을 유혹한 님이 있기나 했는지
오래된 님의 모습을 애써 되살려 보아요.
그네는 아직도 촌놈들을 끼고 촌스런 짓을 하고 있대요.
별볼일 없던 시절 심부름이나 하던 촌놈들인데
대통령이 되어서도 이놈들의 손아귀에서 놀아난다고
모처럼 방문한 부천친구는 혀를 차네요.
정수장학회쯤의 차원과 국정의 차원을 혼동한 거래요.
그네의 저 가식적인 미소와
우리집의 선인장꽃
화분에 평화롭게 핀 매우 제한적인 화사한 꽃
위태의 유사성이 농후하네요
춥습니다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