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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탕

jaye syo 2014. 12. 10. 00:34

종로 3가

지하철 3호선 3번출구로 나오다 보면 지하임에도 벌써 홍어냄새가 풍긴다.

간판도 자세히 못봐서 몰랐는데 카드영수증에 무주집이라고 찍혀있다.

속이 불편하여 홍어를 몇점먹으려 들어갔는데 주인은 "우리집은 애탕이 좋습니다"라며 권한다.

 

입안전체가 홀랑 까졌다.

혓바닥이 너덜너덜해진 느낌이고 입천장하며 잇몸까지 허옇게 들고일어나 한꺼풀 벗겨지고 붉은 속살이 드러났다.

잘삭은 홍어와 귀하다는 홍어애를 듬뿍넣어 뚝배기에 끓여내는 애탕은 처음부터 입안이 싸하고

특유의 통증을 동반하며 반그릇쯤 먹었을 때는 이미 속까지 울렁거린다.

 

처음 접하게 되면 참으로 야박한 식당같은 기분이 든다.

곁가지 반찬으로 당랑 묵은김치 아니 곰삭은 배추김치 딱 한종지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격이 여간 착한것이 아니다.

두사람이면 2만원짜리 애탕에 장수막걸리 한병이면 족하고 한사람이면 1만원짜리 작은 뚝배기면 그만이니까.

국산홍어는 아니다.

그러나 어떠한 방법으로 삭혔는지 국산과 거의 구분이 안될 정도로 애탕의 맛은 특별하다.

 

무엇보다 속이 편안하다.

평생 과식으로 배탈을 조장하는 우를 범했음에도

얼마나 어리석은지 아직까지도 얼떨결에 되풀이 하고 있다.

또 애탕을 먹어야 할 판이다.

아 냄새는 왜그리 지독한지 한번 먹고나면 옷에 밴 냄새 때문에 반드시 세탁을 해야만하는 번거로움이 뒤따른다.

다 먹고 식당문을 나설때 주인은 따라나오며 페브리즈를 뿌려주는데도 불구하고 전철타기도 미안할 정도이다.

하지만 과식으로 인한 불편한 속을 달래기에는 최고의 음식이다.

주말에 또 먹어야만 할 것같다.

 

겉보기 허름한 식당이다.

그러나 명가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