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은 영악하다 -
평생을 춤 하나에 신명을 바친 이애주선생의 춤공연 천명을 보았다
온전하게 무대에 올려져 우아한 자태를 마음껏 과시하는 승무를 이애주선생 말고는 또 누가 출 수 있을까?
그 나이 그 몸매로 그윽하게 느린 장단을 온몸에 실었다
한복은 위대하다
뚱뚱한 몸매든 날씬한 몸매든 키가 크든 작든 막론하고 그 자태가 품위있고 우아하다
소리꾼은 몸매에 관계없이 소리만 잘 하면 된다
춤꾼은 나이에 관계없이 몸매관리는 필수이다
이애주선생은 몸매관리에 특별한 관심을 두지않는(?) 독특하신 분이다
그럼에도 몸놀림의 유연함은 혀를 내두를 지경으로 아름답기만 하다
느릿하게 뻗어올리며 소매자락을 한순간 흩뿌리고 수렴하는 고고한 품새가 그 넓은 무대를 꽉 메운다
젊은 제자들의 춤은 더 아름답다
이애주선생의 뒤를 잇는 동량이 되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이 역시 선생의 역량이 크기 때문이리라
승무는 정중동의 역동적인 춤이기도 하고 인간의 몸짓을 최고의 미감으로 표출하는 춤이기도 하다
어쩌면 구도의 고행과 깨달음의 환희 그 기나긴 과정을 극도로 절제된 춤사위로 압축하여 폼나게 표현한 것일 것이다
이애주
이름 하나로도 그의 춤은 이미 기대에 설래임을 더해 마음이 온통 부풀어 시작의 기다림이 가득하다
아 이시대 최고의 춤꾼 이애주도 세월을 이기지 못하는구나
제자들의 훌륭한 실력을 살려 승무를 처음부터 끝까지 공연하게 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그 풍만한 몸매로 난이도 높은 법고장면을 연출해야하는 대목에서 그것을 감출양으로
앞 부분의 독무에서는 있는 기량을 다 뽐내고
법고의 시작점부터는 열 한명의 제자를 불러내 좌우로 나열하여 군무를 연출한다
예쁜 제자들의 하늘거리는 몸짓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관객의 시선이 예쁜 몸짓에 머무는 사이 이애주의 몸을 거꾸로 돌려 어설프게 북을 치는 회전동작이 스리슬쩍 넘어간다
다행히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승무는 시종일관 오로지 한사람의 영역으로 남아야 한다
프로 춤꾼으로 정평이 자자한 사람이 자신의 결점을 숨기기위해 젊고 예쁜 제자들을 앞세운다면.....
전통무용을 지키고 보전한 그의 공을 폄훼하려는 건 절대로 아니다
다만 늙어가는 한 인간의 모습이 너무도 안타까울 따름이다
자신의 평생에 걸친 춤이 천명이었다면 타이틀에 걸맞게 새로운 춤을 선보였어야 옳지 않을까?
살풀이며 나머지 이어지는 공연이 진도 씻김굿의 굿판에 다름아니었다면
이건 이애주의 춤이라기보다 이애주의 굿판이라해야 어울린다
하지만 훌륭한 공연이다
기대가 너무 너무 컸다가 조그마한 결점 하나로 실망이 또한 컸나보다
- 인간은 역시 영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