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전에 석류 한박스 샀다
여섯개가 가지런히 든
압착기로 눌러 즙을 내던
명동의 화려한 밤풍경을
혀끝은 기억하고 있었다
당연히 집에는 압착기가 없지
황학시장을 뒤져서
튼튼한 압착기를 사야하나
그냥 껍데기를 벗기면서
알맹이를 빼먹기로 했다
손은 온통 끈적끈적 석류물이 들고
방바닥 여기저기 핏방울처럼
붉은 즙이 튄다
이렇게까지 번거롭게 먹어야하나
껍질에만 살짝 칼집을 내고
알맹이가 터지지않게
최대한 조심조심 알맹이만 분리해 보았다
요거 비교적 괜찮은 방법이네
극도로 예민한 석류알맹이는
조금만 방심해도 톡터져 버린다
검붉은 보라색 투명 알갱이
인계장력 한계에 이른 풍선인양
잔뜩 긴장하고 있다가
두꺼운 껍질 해체되고
투박한 거친 손길이 닿자
기분 나쁘다고
침을 탁 뱉으며 터진다
아주 섬세하게 알맹이 분리를
삼십여분 공들여 마치고
숟가락으로 한입 가득
입안에서 무더기로 분산되는
새콤달콤의 오감 자극하는 맛의 향연
아침이 상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