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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

jaye syo 2013. 11. 18. 23:05

딸은 피카소티켓을 한장 문자로 보내주었다

차일피일하다가 엇그제 피카소전시측에서 기간이 촉박하오니 빨리 보시라는 문자를 받고서

예술의 전당을 향해 전철에 몸을 싣고 만화책을 보면서 차분하게 움직인다

표를 바꾸고 입장대기 번호표를 뽑았더니 50여분을 기다려야 전시장에 들어갈 수가 있단다

막간을 이용하여 중국의 젊은 서예가의 작품을 둘러보고

섬유예술품을 또 감탄하면서 감상을 하고 은밀한 시선의 사진전을 또 보았다

한참이 지났으니 정상 입장이 가능하겠다싶어 피카소전이 열리는 전시관에 가보았으나

450번까지만 입장하라는 전광판의 안내문이 켜져있다

조금 기다리니 500번까지 입장하라는 알림이다

이거 뭔가 크게 사기당한 느낌이다

습작수준의 삽화내지 석판화 일색이다

그래도 피카소의 다양한 실험을 목격하는 것 같아 그의 삶을 엿보는 색다른 측면도 있어 나름의 의미는 있었지만 못내 씁쓸하다

 

레퀴엠

메가박스 11월 17일 일요일 오후 4시

베르디 탄생 200주년 기념 특별 상연

지휘 다니엘 바렌보임

       라 스칼라 오케스트라

       라 스칼라 합창단

       안야 하르테로스 : 소프라노

       엘리나 가랑차 : 메조 소프라노

       요나스 카우프만 : 테너

       르네 파페 : 베이스

 

장엄한 음악이라고 정평이 나있는 베르디의 미사곡으로 놓치고 싶지않아 단단히 마음먹고 기회를 노리다가

일요일 하루 빠듯하게 일정을 계획하고 서둘러서인지 오후 4시에 시작하는 레퀴엠은

연주의 시작과 동시에 눈꺼풀은 천근만근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서너번 꺼엄뻑 꺼엄뻑하더니

비몽사몽의 경계를 넘나들며 귀마저 열리고 닫치고를 반복하면서 포근한 자장가가 되고 말았다

이렇게 시종일관 안락하게 졸면서 음악을 감상해 보기는 아마도 처음이리라

공연 직전에 먹은 왕돈까스가 식곤증을 부른 것은 아닌지 모르겠으나 말도 안되는 무력감에 허탈함이 가득하다

오전은 그냥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오로지 레퀴엠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피카소 전시의 관람이라는 변수가 그만 무리수를 두게 되었다

다시금 날을 잡아 레퀴엠을 제대로 감상해야겠다

 

 

 

 

 

 

 

 

 

 

 

 

 

 

비까지 오락가락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