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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축사

jaye syo 2013. 11. 11. 00:33

어제의 비는 낙옆을 재촉하였다오

홍어를 좋아하는 친구는 오래된 홍어집을 찾아내어

토요일 저녁만찬을 즐기자며 부릅디다

아 지독한 냄새는 일요일 아침까지 코를 간지럽히오

 

지난주엔 도봉의 단풍이 볼만하였는데

한기 서린 비 한번 맞았다고 추풍낙엽이 되었구려

바람은 왜그리 시린지 모르겠오

도봉 초입부터 장사꾼의 호객소리 활기차오

오뎅 군밤 솜사탕 돼지껍데기

두부 고등어 굴조개 알이 통통 밴 도루묵

장갑 모자 신발 지팡이 등등 먹을 것과 등산용품이 빼곡했오

중턱쯤엔 하모니카 박자가 신바람을 일으키는데

활발한 노인의 품새는 캬바레의 춤사위와 어색하게 뒤틀렸다오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도

하모니카 노인의 신바람은 멈추지 않았오

 

화강암 덩어리 만장봉은

신령스러움이 여전하구려

한때 치기어린 출가의 결심이 불끈했던

천축사에서 하늘을 향해 치솟은

저 방자한 바위덩이를 바라보오

만년을 변함없이 저렇게 버티고 있었겠지요

안타깝게도 내마음은 십년도 버티기 어렵구려

한갖 티끌에 지나지않은 나를 보고야 말았오

양지쪽 작은 바위에 걸터앉아

떡 한입 베어물고 솔가지 사이 푸르른 창공에 히끄무리 뜬 달을 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