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제장사"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보따리장사를 하는 사람이 내가 어릴때 우리마을에 가끔 다녀갔습니다
품질이 우수한 미제생필품과 미군들이 즐겨먹는 과자류 그리고 종이펙에 담겨있는 우유도 있었어요
그때 극히 드믈게 맛보던 환상적인 과자와 우유는 지금은 흔할대로 흔해져서 무감할 뿐입니다
이 보따리장사들은 어느시점부터 버젓이 점포를 열어 미군PX로부터 유출되는 다양한 물품을 팔기 시작하였는데
아마도 남대문시장의 수입상품상가의 효시가 된 것은 아닐른지 유추해 봅니다
연남동엔 사러가마트가 있어 그 안에 남대문 수입상가처럼 점포 서너개가 수입품을 전문으로 취급하지요
그런 연유로 그 옛날 미제식품의 맛이 그리울땐 슬쩍 들러 옛맛을 찾아내곤 합니다
조금 과장을 한다면 어린아이 머릿통만한 진한 녹색 과일이 있군요
주인의 말은 미군PX에서 나온 망고라고 합니다
망고
코스트코 망고 그리고 종로 5가의 망고에 딸이 필리핀에서 몰래 숨겨온 망고의 맛을 비교해 보고
이제는 절대로 망고를 사먹지 않으리라 굳게 다짐하였건만 저 깊은 내면에서 지름신이 발동하기 시작하네요
"아직 숙성이 덜 되어 맛이 조금 떨어지지만 며칠 놓아두었다가 약간 말캉해졌을 때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결국 6개 들이 두상자를 샀어요
색갈이 노란색으로 점차 변할거라더군요
집에 가지고 와서 만져보았더니 돌덩이 같이 딱딱한 것 중에 색깔은 아직 짙은 녹색이지만
약간 무른 느낌의 망고를 그놈의 식탐 때문에 점포주인의 권고를 차마 받들지 못하고 맛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 망고의 맛이 이러한 것이었구나
딸은 "아직 덜익었네"하며 안먹는다고 하다가 정성껏 깍아 대령하니 못이기는체 맛을 보고
"어 맛있네"라며 맛이 의외라는 듯 연신 먹어댑니다
사과처럼 붉은 색이 감도는 애플망고와 바나나 색깔의 노란망고는 시각적인 맛이 있는 반면
녹색망고는 보기도 처음이려니와 눈으로 보기에 뭔 맛이 있으랴 하는 느낌이었지요
아 색깔은 중요한 것이 아니군요
"빨갱이"라는 말은 무고한 사람을 무수하게 죽이고도 아직까지 유통되면서 그 강인한 생명력을 뽐내고 있습니다
이말처럼 남과 북이 첨예하게 대립으로 치닫도록 한 끔찍한 단어가 또 있을까 반추해 봅니다
우리의 일상적인 말은 자의든 타의든 진화한다고 하더니 과연 그러합니다
빨갱이는 "친북" "종북"이라는 무채색의 어조로 바뀌었는데 시대가 어떤시대인줄 모르는 친일잔재 수구꼴통 꼰대들은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두 주먹 불끈쥐고 "종북세력 타도하자"를 개기름 줄줄흐르는 얼굴에 핏대를 세우고 소리높여 외치고 있어요
"나" 한사람의 영달을 위해서라면 민족이 어찌되든 나라가 어찌되든 알게 뭐냐는 풍조가 일제를 거쳐 지금까지 너무나 만연되어 있습니다
정치를 한다는 무리들이 이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 더 심한 것 같습니다
아니 온 나라사람들이 그러한 것 같아요
우리민족의 대동단결은 끝내 이루어지지않는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