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배롱나무꽃이 피었어요
정철의 인색함을 그대에게 말했지요
율곡과는 너무도 가까운 인물이었지요
율곡과 비견될만큼 천재였던 정철은 문학적인 감성이 풍부하였지만 또한 정치성향이 매우 강했어요
문학은 위대합니다
미사려구에 가려진 그의 인색함은 좀체 드러나지 않으니까요
어스름 해가 질무렵 창덕궁
안암동 아파트단지에 있는 헌책방 가자북에서
이광사의 문집을 한권 사려다가 한국의 초분이란 제목이 눈에 띠어 훑어보고 그만 덮석 집어들었다
값이 4만원이란다
홀쭉한 지갑이 다 털리고 말았다
이것 저것 열권이 넘게 손에 잡혔으니 졸지에 지름신이 강림한 셈이다
단말기가 없어서 카드결제가 안되고 오로지 현찰내지는 계좌이체만이 통용된단다
아버지는 "내가 죽거든 아무데나 묻었다가 겉물이 빠지면 할아버지 발치에 묻어다오"라는 유언을 남기셨다
이제는 이장을 할때가 훨씬 지났으니 만시지탄이지만 유언을 받들 준비를 해야겠기에
초분에 관한 상세한 설명이 현장사진과 함께 실린 책을 발견하였으니 망설일 틈없이 샀다
며칠전에 구했으나 시간이 별로 나질않아 오늘 작심하고 두시간여를 꼼짝않고
한국의 초분을 독파하였다
일제는 위생상 매우 불리하다는 이유로 화장을 장려하는 한편 초분을 규제하였다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 초분의 풍습이 이어지다가 일제때에 대부분 없어지고
비교적 단속의 손길이 뜸한 도서지역은 아직까지도 초분의 전통이 남았다
무라야마 지쥰은 일제초기에 이땅의 민속을 철저하게 조사하여 식민통치의 기반을 준비하였다
조선의 무속 조선의 풍수 등등 조선인의 민속 즉 조선인의 삶속으로 깊이 침투하여 그 기반을 흔들어 놓을 계책을 기초부터 수립한 것이다
조선땅의 정수리 곳곳에 무쇠말뚝을 박고 목 부위에 해당되는 곳에는 목조임돌을 땅에 묻었다
사실 풍수라는 것이 이현령비현령격이라서 별로 문제삼지 않으면 그걸로 그만이다
그러나 명산정상에 쇠말뚝을 박는다는 실로 무식한 일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일본식민통치의 저열함을 목격할때
이들의 야만성은 무소불위의 폭력으로 드러나고 그 행위가 매우 치사하고 유치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어쩌랴
한국의 초분에 대한 사라진 정보들이 고스란히 저 무라야마 지쥰이 수집정리한 조선의 풍수속에 남아있으니
산소를 이장할때 유골의 수습에 대한 방법의 지식이 없으니 배워야만하는 필연 때문에
상세한 사진자료가 실린 책을 본 이상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않은가
좀 과한 값을 치루면서 망설이던 우려가 책을 다 읽고 현실로 닥쳤다
정말 사라져 가는 초분의 현지조사 차원에서 꼼꼼하게 잘 만들어진 책임은 부인하기 어렵지만
내가 알고싶어했던 부분은 참으로 간략하다
아 이책은 그냥 책방에서 대충 훑어만 보아도 되는 것이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