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참 길기도 했어
마당의 감나무 거꾸러지던 날
북한산 굴참나무 계곡물에 머리 쳐박았네
그 건장한 몸둥이
아픈 속살 톱날에 짤린체
물가에 토막토막 던져지고
수십년의 기억은 오늘로 끝
비 그치고 청아한 하늘이 열리기 시작한 오후
골마다 머금었던 장마 물
욱욱 토해내는 소리는 천개의 폭포
옥색의 물거품
사납기도 하거니와
온갖 잡소리 다 삼켜
오늘의 엔엘엘과 꼭 닮았어
정릉골 귀신들의 울음이었지
성난 민중들은 하나 둘
시청앞 광장에 촛불을 켰어
구경꾼들은 맹숭 눈흘기며 또 .....
무기력해 이래서는 죽도 밥도 안돼
저 천개의 물소리처럼
목청껏 소리쳐야해
제발 똑바로 좀 하라고
저 폭풍우에 쓰러진 나무를 보라구
속이 썩은 놈들은 제 아무리 크다해도
저렇게 뭉개버리잖아
쓸모없는 놈은 솎아버리잖아
장마끝의 정릉골은
천개의 폭포였어
장관이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