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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담길

jaye syo 2013. 7. 21. 21:46

모처럼 개인날 오전의 짧은 햇살은 뜨거움이라기 보다는 환희의 반가움이었습니다

저녘무렵 영화를 함께 보자는 전갈이 왔어요

약속시간이 넉넉하여 혹시 모를 비셰례에 대비할겸 작은 우산을 들고 산책삼아 걸었지요

 

아주 한적한 골목을 지나고 길 하나를 건너니 종묘의 담벼락이 보이는 막다른 골목이 나옵니다

저 어지럽게 얽혀있는 전선줄을 어느때인가 인간을 꼼짝 못하게 하는 인간이 만든 거대 거미줄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저 거미줄을 관리하는 사람들의 능력이 대단합니다

 

딱 막아선 골목의 끝엔 세부류의 담장벽이 높습니다

윗쪽 지붕이 덮인 담장은 쌓은 시기가 다른지 아니면 쌓은 사람 즉 시공업자가 다른지 이어졌지만 형식이 다릅니다

아래쪽은 마치 성벽처럼 돌맹이를 정교하게 붙였어요 

이 길이 동쪽 순라길인가 봅니다

 

풀의 생명력은 가히 놀랍습니다

거의 틈새가 없을 정도로 붙여논 돌틈으로 싹을 틔워 자라났으니 말입니다

 

한참을 돌아 종묘의 문에 접근하였지요

투박한 담장이지만 정겹습니다

조선왕조의 권위있는 귀신들을 이곳에 다 모셨다지요? 

호가호위였을까?

왕다운 왕은 불과 몇분에 불과하고 별볼일 없는 형편없는 왕들이 조선왕조를 이어갔습니다

권신과 간신들이 들끓었어요

 

 

관람시간이 지났다고 문을 굳게 닫았네요

 

서쪽 순라길로 이어집니다

둥근 곡선이 아름다운 담장이기도 하지요

 

저쪽은 방금 지나온 동 순라길이구요

 

문을 중심으로 완만한 에스자형태의 담장을 봅니다

 

비슷한 사진이네요

 

정말 오랜만에 개인 날씨탓인지 오후의 풍경은 술취한 사람들이 대세를 이룹니다

공사중인 종묘공원은 임시로 설치한 담장에 가려지고 근처의 취객들은 모두 나른해졌어요

이쁜이네집에서 부어라 마셔라 했나봐요

 

담장아래 주차장에는 차동차가 꽉 차고 담장옆길은 군데군데 술판이 벌어져 도란도란 웃음소리와 간간히 큰소리도 들립니다

그 길을 돌아나온 전철역 주변에는 한 차 가득 참외를 싣고 나와 손님을 기다립니다

 

또 건너편엔 간이주점이 길가에 펼쳐졌구요

  

저 구부정한 전봇대는 얼기설기 무수한 거미줄의 무게에 더 기울어졌습니다 

저기 어디 낙지집이 있었는데....

 

저 끝에 약속장소인 피카디리 롯데시네마가 보입니다

 

영춘옥

가끔 꼬리곰탕을 먹는 곳이지요

 

도착했습니다

시간대가 잘 맞지않아 영화를 골라보기가 어려워

그냥 미스터 고를 보기로 했지요

웃음이 절로나는 영화였어요

재미로는 한국영화가 대세입니다

 

골목길 산책의 끝지점이지요

아 저기 친구가 오고 있군요

낙지집은 만원이라 자리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삼겹살집에서 간단하게 막걸리 딱 한잔을 숯불에 고기를 구워 배를 채운뒤 영화를 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