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서경재

jaye syo 2012. 12. 7. 00:57

언젠가 텔레비젼에서 보리굴비라는 바싹 말린 조기의 변종을 보았지요

그 유명한 영광굴비를 오지독에다가 보리와 함께 숙성시켜 염분을 빼고 육질을 쫄깃하게 하면서

비린내까지 부드럽게 없애고 구수한 맛이 첨가되게 만든다는 이상한 이야기였습니다

몇달전 강남에 자리잡은 친구가 보리굴비집이 있는데 맛보러 오라는 전갈을 받고

과연 무슨 맛일까 궁금하여 가서 시식하였는데 그 옛날 어릴적에 흔하게 먹던 추억의 굴비맛이었지요

1 인분 3만 5천원

적당한 크기의 쫀득하게 말라 비틀어진 잘 구운 굴비가 한마리 나오고

녹차우린물 커다란 대접에 담아내어

흰쌀밥 그 찻물에 말아 한 숫깔떠서 발라낸 굴비살 한점 얹어 한입에 머금고 오래 씹으면 오묘한 맛이 서서히 입안 가득히 차오릅니다

아 정말 오랜만에 잊고 있었던 굴비의 참맛을 봅니다

 

엇그제 그럴싸한 식당을 발견하고 메뉴판을 보는데 보리굴비가 눈에 들어와 살펴보니

우선 1 인분 값이 1만 9천원

서경재의 삼만오천원짜리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호기심의 발동이 문제를 일으키고 말았습니다

굴비를 불에 굽는 기술에서부터 맛 그리고 염분이 꽉찬 그대로의 엉터리 굴비였지요

며칠이 지나고 오늘은 불현듯 보리굴비가 생각나 친구 찾아 강남엘 가서 서경재를 찾았습니다

친구는 아마 자주가는 곳인가 봅니다

주인은 주방에 특별히 주문을 하는군요

큰 것으로 두마리 구우라구요

반찬이 두루 깔끔하고 맛에 무리가 없어요

 

고향집 처마에 걸려있던 굴비가 눈에 선합니다

그 때는 지게에 바리바리 지고 다니며 굴비를 사라고 집집마다 방문하여 힘들고 어렵게 장사를 하였지요

엄마는 그 모습이 짠해서인지 한꺼번에 몇두름을 사서 바람 솔솔 통하는 처마그늘에 매달아놓고

그 짭짤한 굴비를 한마리 쏙 빼내 부엌아궁이에 노릇하게 구워 밥 한 숫깔에 눈꼽만한 살점을 얹어주었습니다

참 흔한 맛이었는데........

 

보리굴비정식 맛있게 먹었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