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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의 문

jaye syo 2012. 9. 5. 01:07

시험삼아 집 한칸을 지었다오

며칠을 심사숙고하여 뼈대를 하나씩 세우고

보를 올리고 석가래를 걸고 창을 낼 자리를 정했다오

지나는 사람들은 구경을 하다가

이래라 저래라 참견도 하고

심지어 자기집이라도 되는 양

이거 이렇게 하면 안되고

저거 저리하면 안된다고 핏대까지 세우고 난리오

조언도 좋고 참견도 좋지만

용도가 무엇인지 알지도 하면서

감 놔라 배 놔라 정도가 극심하구료

 

그저 웃으며 대꾸도 없이

몇날 며칠 생각했던대로 뚝딱거리며 집짓기에 열중하지요

못마땅한 구경꾼들은 몹시 투덜거리오

 

우리 모두가 편안하게 살 집을

잘 지어보겠다고 얼마나 큰소리 탕탕치며

주먹을 불끈 쥔 사람들을 부지기수로 보아왔던 말이오

내집이야 내마음대로이겠지만

우리가 살집은 우리 모두의 마음에 들어야 할 것 아니겠오?

이승만이 지은 집에서는 내 경험은 솔직히 기억이 부족하오

박정희가 지은 집은 내 젊은 시절이 다 들어있다오

전두환 노태우의 집에서도 살아봤고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의 집에서도 살았오

한심하게도 이명박의 집에서 아무일 없는 것 처럼 지내고 있다오

지나온 세월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해도

다시금 그 시절이 되풀이 된다면 끔찍하오

 

집 잘 짓겠다고 큰소리치는 사람치고

그게 순전히 구라였다는 걸 얼마나 더 격어야 직성이 풀리겠오

내집이야 나만 편하면 그만이지만

우리가 함께 살 집이라면 훌륭한 도목수가 꼭 필요한 것 아니오?

유종원의 이야기를 또 해야겠구료

그가 시골에 좌천되어 좀 한가한 여유를 가지고

고을의 백성들을 살펴보았다오

어느날 커다란 집을 짓는 현장에서 도목수를 만났는데

도목수라는 자가 대패질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지라

혀를 차며 저 집의 꼬락서니가 어찌될꼬 했다는구료

긴 담뱃대를 꼬나물고 편안히 앉아서

이래라 저래라 일꾼들을 부리며 지휘를 하는데

일사불란 커다란 집이 제모습을 드러내더라는 것이었오

 

또다시 아니꼽고 더러운 집주인을 만날까 걱정이오

두개의 문을 보니 마름들이 더 극성이구료

내가 선택한 집주인에게 저렇게 처절하게 당할 수 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