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적 여인의 향기가 이랬을까?
마로니에 우람한 가지끝에는
보름전
꽃대를 세우더니
지난주 내내 활짝 피어나고
비오는 날 아침 저녁
깊은 원시림의 상큼한 체취를
흐린 하늘아래 가득 뿜어낸다
가카의 구린내가
서울 한복판에서 솔솔 피어나
전국을 휘덮는 와중에
외래종 마로니에는 아랑곳
도심에서 흔치않은
매혹적인 향내를
궐녀가 미를 뽐내듯 자발없이 풍긴다
지난 보름
차가운 별 사이에 휑하니 걸린
놋대야만한 달을 보았오?
몇십년만에 가까이 온 달이었다는구료
만개의 정점을 찍은 마로니에꽃은
살폿 내린 늦봄비에
조금씩 풀어내던 향기를
한꺼번에 쏟아내는구료
나무둥치아래
철없는 여중생 둘은
몸뚱이 걸맞지않게 풍만한
똑같은 몸짓
야한 율동 되풀이하고
저 쪽 기타소리 울리는 곳엔
머스마 둘이 어줍잖은 화음을 내오
그 마로니에나무아래에서
한참을 심호흡 했다오
공원을 지나면서....
아마도 태초의 여인의 향기는 이랬을 거요
봄이 실종되었다는구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