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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에스트리

jaye syo 2011. 11. 13. 12:50

창문을 열자 구름사이로 보름달이 환하게 얼굴을 내밀었다

내 사랑하는 님의 모습이 그 속에 있었다

아 어느덧 가을이 다 가고 있구나

북한산의 단풍도 시들어가고 제법 바람이 차다

음영이 교차하던 날 정릉골은 날씨 탓인지 예상과 다르게 인파가 드물다

갈잎이 수북하여 어느 지점에선 푹신한 촉감에 특유의 풋풋칙칙한 냄새가 콧속깊이 침투하여 상쾌한 기분이 더한다

길게 느껴지던 능선의 정복을 마치고 멋진 늦은 점심은 또 과식을 부른다

 

토요일오후 8시

예술의 전당 음악당 아이비케이홀에서 열린 이 마에스트리 공연은 하루의 모든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남자들만의 섬세하고 우렁찬 기세좋은 목소리의 향연에 아름다운 아리아를 온몸으로 전율하며 흠상하였다

매력있는 음색 기교넘치는 감미로운 테크닉 그 간의 우리 남성 성악가들에게 가졌던 2% 부족의 의혹이 말끔히 사라졌다

그래 젊은 음악도들은 기존의 명성이 자자한(?) 나이든 성악가와는 그 공부가 남다를거야

독창과 이중창의 노래도 멋지고 감명이 있었지만 합창에서는 하늘을 찌르는 힘이 있었다

음악감독 양재무의 재치넘치는 입담에서 중후한 분위기가 일시에 무너지고

이상철의 청량한 목소리가 '오 낙원이여'를 부를때 오늘의 공연을 하늘에 감사하였다

이성민 박경종의 '신성한 사원의 뜰'에서는 비제의 오페라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었고

또 이성민 김관현이 부른 '사랑의 묘약도 살 수 있나요?'는 포도주 대신 우리의 소주병과 가끔 사용된 우리말 가사에 폭소가 터졌다

무엇보다 노래실력에 솔직히 넋이 나갈듯 하였다

이인학의 노래 '여자는 사랑을 위해 만들어졌다오'는 너무도 세련되어 몸에 착 감기었고

정지철의 '나는 이 거리에 제일 가는 이발사'를 듣고 그 탁월한 음감에 탄복하였으며

피아노반주의 제갈소망 강우성은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정감이 풍부하였다

합창의 시작 '세레나데'는 내 마음을 흔들어놓고 말았다

아 ~  이들은 변변한 연습이 없이도 이렇게 훌륭한 화음을 만들어 내는구나

이들에게 연습시간이 조금만 더 주어졌더라면 아마도 나는 눈물이 줄줄 흘렀을지도 모르겠다

박수가 이어지고 앵콜이 이어지고 유쾌한 음악회에 멍했던 정신이 맑아졌다

누가 묻는다

행복이 무엇이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