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이 두꺼워졌오
출근길이 전쟁이오
밀고 들어오는 인파에 짜부러진 날이라오
불과 세 정거장 상관에
옴짝 달싹 못하고
밀려든 인파에 끼었구려
아 옷에 화장품이 묻어 배어들었나보오
은근히 찐한 향내가
종일 코끝에 머물어
과연 어떤 여성이
이다지도 험한 사단을 낸 것인가
내내 흘겼다오
지루하게 책을 보다가
낯선 단어에 갸우뚱
급기야 사전을 펼쳤오
무심코 펼친 곳에는
"복없는 년 봉놋방에 누워도 꼭 고자옆에 눕는다"라 쓰여있구려
오늘 출근길
내꼴이 그짝이었오
얄밉게도 맑은 하늘엔 반달이 너무도 선명하오
집을 나설때는 좋았다오
저녁의 기울어지는 햇빛이 하늘의 측면을 관통했지요
코리아 헤리티지 패션쇼라나?
광화문 지붕위로 초생달이 걸려있오
흔들렸는지.....
더 심하게 흔들렸는지......
역시 똑딱이는 장단점이 명확하구려
또 찍었다오
열린 문으로 밖을 보오
달은 옆으로 밀렸오
이날 경비원들 애먹었을 게요
흥례문의 이상한 모습이오
초청장이란 허울좋은 유혹에 휘말렸다가 허탈하기만 하였오
껍데기뿐인 허접한 행사를 ....
쑈라는 게 다 그러한 것이겠지만서도....
중간에 돌아서 나왔오
오랜만에 허울뿐인 광대놀음을 본 기분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