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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피로연

jaye syo 2011. 9. 2. 23:55

배우의 일차적인 모습은 감성적인 연기이겠으나 발성 또한 매우 중요한 자격요인이라 해야겠다

소극장 앞마당에 나이든 사람과 젊은 사람들 어울려 차도 마시고 담배도 나눠 피우고 정담을 나누기도 한다

연극을 보기전까지는 이들이 출연배우와 스텝이라는 걸 몰랐고 무대에 분장을 하고 등장하는 모습에서 가끔 배우들을 보고 있었구나 하였다

 

결혼피로연

체홉

정미소

9월 4일까지

 

아마도 19세기에서 20세기로 전환하는 시기를 지나면서 러시아 사람들의 면모를 풍자적으로 담아낸 것 같다

아무리 가난해도 허풍일망정 큰소리를 치고 봐야 직성이 풀린다

공수표를 마구 날린다

그러면서 푸쉬킨의 시를 읊조린다

성대한 피로연을 위해서는 비록 퇴역을 했을지라도 반드시 장군님이 귀빈으로 참석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보잘 것없는 피로연이지만 하객들에게 체면이 선다

 

어릴때 시골동네에서 잔치가 벌어지면 인근에서 가장 존경받는 어른이 반드시 자리를 빛내야만 그 잔치가 아주 잘 된 것으로 여겼다

연극을 보면서 러시아 사람들과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가 너무도 똑같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혼자 웃는다

노래부르고, 춤추고, 술에 만취하고, 허풍쟁이고, 웃기는 사기꾼도 있고, 우직한 사내도 그렇고 ....

 

배우들의 연기는 전혀 나무랄데없는 매우 훌륭한 노력이 엿보인다

특히 연출에 있어 소극장의 작은 무대였지만 완벽에 가까우리 만큼 감동을 준다

다만 약간의 흠이라면 발성이 좀 모자라는 배우가 있어 안타까웠을 뿐이다

그러나 연출의 탁월함으로 모든 것이 다 좋다

 

무대위에 선다는 것은 쉼없이 내몸을 닦아야만 하는 고행이 뒤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목을 완전하게 보호하고 훈련을 거듭해야  발성이 좋을 터인데 줄담배를 피워대고 있으니 ......

 

오랜만에 좋은 연극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