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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뭉개뭉개 피어 오르던 날

jaye syo 2011. 8. 21. 23:38

기다림으로 시작하여

기다림으로 마감한 날이라오

막연한 기대는 또 막연한 설래임이라서

삼일을 꼼짝않고 중용을 읽느라

심신이 버거운 중압에 눌려

행여 그대가 오시면

승가사의 마애불 이야기로

회로가 엉켜버린 머릿속을 말끔히 정리해볼까

돌아온 의궤를 의제 삼아

강화도 수병의 슬픔을 헤아려 볼까

휘트니 현대미술을 감상하며

오늘의 싸구려 미술의 가치변화를 논할까

아니면 느린마을 막걸리에

혼몽의 취함으로 세상의 아름다움을 그릴까

마음은 푸른하늘의 매혹적인 흰구름이 되어있었다오

군자는 하늘을 원망치않고

사람을 탓하지않는다고 중용에 쓰여있구려

다만 내몸에 성의가 부족함을 돌아보라 하오

아 나만의 욕심이었구려

 

서해에 걸려있던 해무리가

물빠진 갯벌사이 물길에

수줍은 그대의 미소처럼 반사되어

거대한 뿔에서

줄이 늘어진 대교를 지나는 동안

그대와 조우의 순간을

또 막연하게 그렸다오

그 어디엔들 붉게 물든

황량한 바다 갯벌이 없으랴만

이미 하늘과 땅의

황홀한 하모니가 드리운 망막에는  

비경의 한대목이

피어오르는 물의 입김에 둘러싸인

작은 검푸른 섬

그대의 눈동자로 수렴되오

아 얄궂구려

아마도 하늘의 뜻인가 싶소

기다림으로 시작하고

기다림으로 마감한 날이라니 ....

 

 

지옥이 따로없는 날이었다오

오는 방향은 텅 비었고 가는 방향은 이랬지요

 

광화문앞은 조금 트이는 것 같았다오

 

여기서 하염없이 질금거리며 주춤대더니.......

 

변화 무쌍한 하늘만 한참을 살폈지요

 

냇가를 산책하는 사람이 부러웠다오

참 느리게 산책하는 사람보다도 더 느리게

그렇게 지나간 곳이라오

 

그리움이 뭉개뭉개 피어 오르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