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가 유명짜하다고
박선생님의 자랑은 과하다 싶었지요
백문이불여일견이란 말은 미진한 의혹마져도 말끔히 사라지게 하는 강한 인식의 작용을
단 한줄의 표현으로 간결하게 압축한 것 같아요
역시 육식(六識)중에 안식(眼識)이 가장 확연한 인식을 심어줍니다
굽은 길을 돌아들자 불긋한 백일홍이 반기듯 펼쳐집니다
저분들은 금새라도 풍광이 사라질새라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있군요
꽃잎도 떨어져 물에 둥둥 떠있고
흰구름도 거꾸로 쳐박혔습니다
이 건물이 이름하여 명옥헌이지요
몇백년묵은 백일홍이 가득하였습니다
사진찍기에 열중입니다
폼이 좋지요?
수백년은 족히 됨직하지요?
사진이라서 그리 실감은 나지 않을 겁니다
송시열이 제자를 위해 썼다는군요
무지한 공무원들의 한심한 행태가 새주소 표지판에서 우습지도 않게 보입니다
꼭 저걸 붙여야만 할까?
대돗자리 깔고 뒹굴 뒹굴하고 싶은 ....
마파람에 더위가 씻은 듯 물러가지 않을까?
나는 왜 시를 배우지않았을까
시냇물 졸졸 흐르듯 시 한 수 풀어내야 하건만......
아쉽습니다
박선생의 권유로 마루에 걸터앉아 사방을 둘러봅니다
습한 날이었지만 빛도 좋은 날이었어요
요 근처로 이사를 해야겠다 용심이 생깁니다
박선생께 부탁이라도 드려볼까?
자리를 잡을 만한 터라도 혹시 있냐고
아니면 빈집이라도...
아무리 생각하여도 너무 잘 꾸며진 자연정원입니다
굴뚝은 십년만에 망가지는군요
용심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벗을 초대하여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 같지않지요?
강압적인(?) 나의 부탁을 차마 거절치 아니하고 한나절 오롯이 시간을 내주신 친절한 벗 박선생님께 고마움을 전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