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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병

jaye syo 2011. 8. 1. 10:53

그대는 내게 환상을 갖지말라고 하셨지요

이 팍팍한 세상을 그나마 환상도 없이 어찌 살아내겠오

순결한 환상은 남은 생애의 한가닥 희망 아니겠오?

나는 그대를 그리다가

천진한 아이처럼 상사병에 걸리고 말았다오

청량한 바람 한줄기에도

산허리를 휘감은 운무의 풍경에도

대낮 푸른하늘에 걸린 조각달에도

이른 저녘 수락산마루에 빼꼼이 내미는 보름달에도

도봉계곡 빗물 한껏 머금은 초록에도

하늘의 거울인 맑은 시냇물에도

미소 머금은 그대는 어른거리오

 

아 나는 배움이 일천하여 '한' 시를 지을줄 모른다오

 

지난 세대의 사람들은 거의 전부가

감정에 순화되면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알았지요

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숨기는 것이

지극히 정상이고 아름다운 일인줄만 알았오

그때는 부끄럼없이 감정표현하는 사람을 바보라 여겼오

아 내가 바보가 되었구료

그대의 미묘한 아름다움은 참으로 죄가 크오

오감에 미발의 정이 아닌 그리움을 가득 채웠으니 말이오

제발 용서 하시구료

그대가 갖지 말라는 환상이 어떠한 것인지

나는 무감하여 모르오

때로 보고싶은 마음을 홀로 삭히는 것 밖에는

 

아 나는 무지하여 '한' 시를 지을줄 모른다오